[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하는 대남 비방전단(삐라)을 대량 제작하고 이를 남측에 살포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대북라인 개편 등 적절한 대응책을 고심하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는 21일 노동신문을 통해 대변인 담화를 내고 "삐라(전단) 살포가 북남합의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을 몰라서도 아닐뿐더러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휴지장이 되어버린 합의에 대해 남조선당국은 더 이상 논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남조선당국자들이 늘상 입에 달고 사는 '역지사지' 입장에서 똑같이 한번 제대로 당해보아야 그것이 얼마나 기분 더러운 것인지 똑똑히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대규모 대남전단 살포를 준비 중이라며 문 대통령 얼굴이 들어간 전단 더미 위에 꽁초와 담뱃재 등을 뿌린 사진을 공개했다. 통일부는 "남북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북한군은 비무장지대(DMZ) 북측지역 일대에 소수 병력을 지속 투입해 수풀 제거와 진입로 보수 등의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예고한 'DMZ 감시초소(GP) 복원'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연일 대남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 귀국했다. 이 본부장은 2박3일 일정동안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를 비롯해 미 행정부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방미 결과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미측과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 등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대북 제재로 손발이 묶여 있는 남북경협과 관련해 조율이 이뤄졌을지 주목된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은 19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사의를 재가했다. 신임 통일부 장관 인선 그 자체가 일종의 대북메시지가 될 수 있기에 관심이 모인다. 여권을 중심으로 북한을 잘 아는 정치인 출신 장관을 기용해 과감한 대북 드라이브를 걸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한 최근 남북관계 위기 국면에서 제 역할을 못한 외교안보라인 전면쇄신 목소리도 높아 문 대통령의 선택에 주목된다.
한편 미국은 연일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우고, 핵전략 자산인 B-52 전략폭격기를 동북아 일대에 전개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한에 '군사도발을 감행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에 주러시아 북한대사관은 20일(현지시간) 성명서를 내고 "북조선은 전략미사일과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새로운 조선반도(한반도) 전쟁 개시는 미국에 종말을 가져다줄 아주 특별한 사건으로 인류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이 20일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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