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최승원 기자] 최근 상승세를 탔던 국제유가가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으로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중국이 원유 생산을 늘리기로 하면서 유가 하락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끊이질 않고 수요도 정점을 찍으며 앞으로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8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9%(0.36달러) 내린 40.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4거래일만의 하락으로, 24일 오후에도 WTI를 비롯해 두바이유, 브렌트유 모두 내림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으로 수요가 줄면서 최근 몇 달간 추락했다. 최근에는 산유국들의 '감산 효과'로 소폭 상승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오래 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24일 국제유가가 4거래일만에 다시 하락세를 타며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산유국 감산하는데…중국 "200만톤 증산"
이처럼 유가가 좀처럼 안정되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은 증산 계획을 밝히며 불확실성을 추가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국가에너지위원회(NEA)는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원유 생산량과 천연가스 생산량을 각각 지난해보다 1%, 4.3% 확대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로써 중국은 올해 전년보다 200만톤 증가한 1.93억톤의 원유를 생산하게 됐다. 중국은 현재 미국과 정치·경제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증산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자체 생산을 늘려 자급자족 비율을 높이면 해외 수입량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남아도는 원유량도 많아져 유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중국의 행보는 최근 국제유가를 올리기 위해 다른 산유국들이 감산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앞서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는 오는 7월까지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증산으로 지난 1분기 실적 만회에 들어간 국내 정유사들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침체한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중국이 증산을 시작하고 OPEC+ 감산 합의도 끝나면 공급이 수요를 크게 앞질러 실적 회복이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의 증산이 국제유가에 국내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중국은 원유 소비량이 생산량의 4배가량 되는 산유국"이라며 "중국의 이번 증산이 유가에 영향을 끼칠 순 있겠지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생산하는 양이 많진 않을뿐더러 전년 대비 증산 비율이 낮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한 사무실의 모습. 사진/뉴시스
수요 회복, 올해 안에 가능할까?
이처럼 국제유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것은 산유국들의 생산량이 많은 탓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19로 국가와 도시 간 이동이 줄고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같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생기면서 올해 원유 소비량은 크게 줄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평균 9059만 배럴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평균 수요량 추정치인 하루 9967만 배럴보다 9.1% 적은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심했던 2분기 하루 수요량은 8130만 배럴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5%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석유 수요가 10~20년 안에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을 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코로나19로 '수요 피크'가 앞당겨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환경 규제로 전기차, 태양광 발전 등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도 앞으로의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소다. 특히 폭스바겐, 르노 등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생산을 늘리겠다고 대대적으로 밝히며 내연기관과의 작별을 선포했다. 2040년 판매되는 신차 승용차 중 약 58%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글로벌 메이저 석유업체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버나드 루니 최고경영자(CEO)는 "원유 수요는 이미 정점에 달했다"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으며 이런 패러다임에 발맞춰 석유업체들도 변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최승원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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