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1일 여야 원구성 협상 결렬로 21대 국회 개원식이 미뤄지고 있는 것에 "심혈을 기울인 30분 이상 분량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문이 지금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크고 작은 수정까지 포함하면 모두 8번 연설문을 고쳐 썼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지난 6월5일 개원연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긴 연설문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면서 "코로나로 인한 국난극복 의지와 한국판 뉴딜 등의 경제문제가 주요한 주제"라고 소개했다.
그는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한 연설문이 개원식이 지체되면서 상황이 바뀌어 구문이 됐고 다시 연설문을 준비했다"며 "그런데 또 협상타결이 안돼서 완전히 연설문을 또 한 번 새로 써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말을 반납하고 연설문 작성에 몰두했는데 또 무산됐다. 지난달 5일 이후 이렇게 연설문을 3번 전면 개작했다"면서 "대통령이 국회 개원을 축하하는 일이 참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는 지금의 국회 상황에 유감을 나타내면서 정상화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강 대변인은 지난 6·25 70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청와대가 '영상 쇼'를 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조선일보의 눈에는 영웅들을 예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쇼로밖에 안보이는가"라고 질타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정부가 '미디어 파사드' 영상 퍼포먼스를 위해 참전용사 147구 유해들을 송환돼 온 공중급유기(1호기)에서 행사장에 있던 다른 공중급유기(2호기)로 옮겼다며 정부가 '영상 쇼'를 위해 유해를 사실상 '소품' 취급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에 강 대변인은 "미디어 파사드 문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오로지 코로나 방역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1호기가 24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자 이틀간 2차례에 걸쳐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열자 한 명이 발견됐고, 이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놓은 2호기에 유해를 옮기게 됐다.
강 대변인은 "만약 방역 상황을 무시하고 1호기를 그대로 행사장에 가져왔다면 그게 차라리 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거쳤는데 유해를 정부가 소품으로 취급했다고 하는 것은 무지이거나 아니면 악의"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는 유해 봉환 과정부터 정성을 다했다"며 △공군이 직접 비행기로 미국으로 가 승객석에 유해를 모셔온 것 △공군 전투기 6대의 엄호 비행 △조총이 아닌 '국가원수급' 조포 발사 등을 언급했다.
강 대변인은 "그런데 (조선일보는) 소품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가장 슬픈 전쟁이다. 가장 슬픈 전쟁으로 인해 기나긴 여정을 거쳐 고국에 돌아온 147 영웅들의 유해가 편히 쉴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달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국민권익위원장과 방송통신위원장, 경찰청장 인사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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