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보툴리툼 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분쟁을 벌인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분쟁이 균주 도용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다른 제약사의 균주 출처에 대한 의혹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균주의 자연발견 확률이 낮은 상황에서 국내 허가 품목이 유독 많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단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분쟁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 기술을 도용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각 사 출처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협소한 시장과 균주 자연발견의 낮은 확률 대비 유독 많은 국내 허가 품목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던 상황에서 대웅제약의 메디톡스 균주 도용이 인정되는 판결이 나온 만큼, 나머지 균주 출처에 대한 의혹도 본격적으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미용목적으로 허가를 받아 판매 중인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국산 5종과 수입 3종 등 총 8종이다. 과거 앨러간 '보톡스' 등 수입산에 전량 의지하다 지난 2006년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이 판매허가를 획득하며 국산 품목 시대를 열었다. 이후 휴젤 '보툴렉스'와 대웅제약 '나보타', 휴온스 '리즈톡스', 종근당 '원더톡스'까지 시장에 합류한 상태다.
이는 최근 국내 보툴리눔 톡신 미용 시장이 포화에 다다랐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 요소다. 실제로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연간 1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연간 2조원대 규모의 미국 시장 4개,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중국 시장 3개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치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를 통틀어도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상업화한 해외 기업은 4개사(앨러간, 란주연구소, 입센, 멀츠) 뿐이다. 반면, 국내 현재 품목허가를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업체들을 합치면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10개사를 훌쩍 넘어간다.
때문에 유난히 많은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배경은 언제나 시장의 관심사였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개발이 단순히 높은 기술력만을 요구한다면, 국산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할 계기가 되지만 톡신 제제는 기술력보단 균주의 발견이 중요한 만큼 도용시 비교적 쉽게 상품화가 가능하다.
현재 국내 대표사들이 주장하는 균주의 출처는 제각기 다르다. 메디톡스의 경우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들여온 균주를 사용하고, 휴젤은 인위적으로 썩힌 통조림에서 배양, 휴온스는 보툴리눔 톡신 기업 인수를 통해 균주를 확보했다. 대웅제약 역시 자연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주장해 왔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균주 출처 분쟁을 펼치며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염기서열 공개를 촉구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친자확인과 같은 균주 염기서열 공개를 통해 각 사별 균주의 출처 의혹을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공개를 통해 각 사는 물론,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실제로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 대웅제약과 휴젤에 균주 출처 규명과 관련된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산 보툴리눔 톡신 출처 의혹이 짙어진 이유 중 하나로 지나치게 관대한 허가 관리가 지적되기도 한다. 각 사별로 질병관리본부에 균주 신고를 하지만 기업의 영업비밀 유지 차원에서 그 출처가 공개되고 않고, 품목허가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효성과 안전성만은 평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전방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일단 신중한 입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판결이 최종 결론이 난 것이 아닌 만큼 현재까지 각 사 제품 균주 출처 전수 조사 또는 공개 관련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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