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차세대 약물전달체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피부'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한 약물 개발 시도를 넘어 실제 성과를 잇달아 도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으로 꼽히는 셀트리온을 비롯해 알테오젠, 라파스, 아이큐어 등은 피부를 통한 약물전달체계 방식 품목 또는 기술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주력 품목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의 피하주사 제형 '램시마SC'를 차세대 주력 품목으로 낙점했다. 기존 정맥주사를 피하주사(피부 아래 지방층에 주사하는 방식)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같은 주사제지만 환자가 투약을 위해 병원에 주기적으로 방문해야 정맥주사와 달리 집에서 직접 투약이 가능한 것이 큰 차이다.
기존 품목과의 동등한 안정성 및 유효성과 더불어 투약 측면의 편의성 확보에 성공한 만큼 램시마SC의 가세는 셀트리온의 시장 입지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램시마SC는 지난 2월 영국과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한 상태다. 특히 이달 유럽 내 염증성 장질환(IBD) 적응증을 추가로 획득, 기존 정맥주사가 보유한 모든 성인 적응증을 아우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인플릭시맙 피하주사제가 됐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플랫폼 원천기술로 연이어 대형 기술수출에 성공한 사례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1조6000억원 규모 계약을 성공시킨 뒤, 지난달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4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계약을 성사시키며 대형 계약 행보를 이어갔다. 6개월 새 단 2건의 계약 만으로 6조3000억원을 달성한 셈이다. 플랫폼 기술 특성상 다양한 품목에 적용이 가능한 데다, 기존 계약들이 비독점적 계약인 만큼 추가 계약 역시 가능한 상황이다. 회사 역시 추가 계약 후보군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주사제를 넘어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품목에 집중한 경우도 있다. 아이큐어와 라파스는 각각 셀트리온, 보령제약과 손을 잡고 치매치료제 주성분으로 꼽히는 도네페질 패치제를 공동 개발 중이다. 주사제가 야기할 수 있는 환자 거부감을 없앨 수 있는데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치매 환자에게 특히 적합한 제형이라는 평가다.
셀트리온과 내년 하반기 상업화를 목표로 패치제를 개발 중인 아이큐어는 이달 초 국내 임상 3상 환자 400명에 대한 투약을 완료한 상태다. 내달 초 데이터 분석을 통해 11월 결과 보고서 도출이 전망된다. 오는 10월에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임상 도전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 제출도 예정돼 있다.
라파스는 지난 2016년부터 보령제약과 협업을 통해 도네페질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개발 중이다. 연초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 상태로 상대적 후발주자로 꼽히지만, 마이크로니들패치는 경구제와 경피흡수제 간의 생물학적 동등성이 입증된 경우 별도의 임상 3상이 필요하지 않아 조기 상품화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니들 특허 기술을 보유했다는 차별점을 보유하고 있다. 라파스의 마이크로니들 제조기술 'DEN'은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을 제조하는 독자 기술이다. 기존 마이크로니들이 금속을 침형태로 깎아 만든 솔리드식이라 체내 상처를 비롯한 부작용이 있는 반면, DEN은 바늘이 체내 용해돼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도네페질 패치 특허의 경우 보령제약과 지난해 10월 공동으로 취득해 미국과 중국, 유럽 등 7개국에서 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라파스 관계자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치매 패치 외 부갑상선 호르몬 골다공증치료제, 알레르기 면역치료제, 흉터개선 및 가려움증 치료제도 개발을 진행 중이며, 궁극적으로는 백신을 패치형태로 개발해 상품화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소속 연구원이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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