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격려사, 무난한 듯 곳곳에 숨은 '칼'(종합)
신임검사 격려사서 "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전체주의 배격"
"어떤 경우도 부정부패·권력비리 외면 말고 당당히 맞서라"
2020-08-03 19:04:13 2020-08-04 17:56:17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한 달여 간의 침묵을 깬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3일 오후 4시30분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임 검사들의 신고식에서 "검사의 기본 직무는 헌법을 보장하는 형사 법률의 집행"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사진/대검찰청
 
위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래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극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윤 총장의 말은 '작심 비판'이랄 정도의 수위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 마디 한 마디에 분명히 뼈와 칼이 집혔다.
 
윤 총장은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국가와 검찰 조직이 여러분의 지위와 장래를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됐다가 곧바로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수사 강행 이후 정부와 여권으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여러분에게 제일 강조하고 싶은 두 가지는 불구속 수사 원칙의 철저 준수와 공판 중심의 수사구조 개편"이라면서 "구속이 곧 범죄에 대한 처벌이자 수사의 성과라는 잘못된 인식을 걷어내야 하고, 검찰이 강제수사라는 무기를 이용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언유착 의혹' 과잉 수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그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추 장관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수사 전권을 부여받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갈등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달간 대면 주례보고는 모두 서면으로 대체됐다.
 
최근에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의결에 불복하고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했다가 수사팀장인 정진웅 형사1부장 검사가 한 검사장을 물리력으로 제압해 '검사 육탄전' 논란에 휩싸였다.
 
뿐만 아니라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을 공기계에 넣고 인증 절차를 거쳐 새 비밀번호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시민단체가 이날 수사팀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불법감청)로 대검에 고발했다. 
 
추 장관도 이날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참석해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외부로부터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 필연적으로 권한남용과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며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검언유착' 의속 수사팀의 '검사 육탄전'과 '불법 감청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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