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내 전자업체와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도 글로벌 축구 후원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가 사업인 중국의 '축구 굴기'가 자국은 물론 전 세계까지 다시 확대되는 모양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는 지난 10일 프랑스 축구 명문구단 파리 생제르맹(PSG)과 다년간 글로벌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그간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로 2016,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등을 후원하며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데 이어 이번에는 유럽 축구 구단으로까지 발을 넓혔다.
PSG에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네이마르(브라질)가 소속돼 있다. 이외에도 떠오르는 신성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등이 몸담고 있는 등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와 인지도를 자랑한다. 현재 160개 이상 국가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하이센스에 이번 계약은 단순히 유럽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더욱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기회다.
지난 50여년간 전 세계에 자사 가전을 내놨던 하이센스는 최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글로벌 TV 시장(금액 기준)에서 6.1%로 5위에 올랐다. 아직 삼성전자(32.4%)와 LG전자(18.7%)와 격차가 있지만, 코로나19 여파에도 값싼 종합 제품군을 유지하며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지난 10일 훈련 중인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 사진/파리 생제르맹 홈페이지
하이센스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들은 최근 글로벌 축구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비보는 지난 러시아 월드컵을 공식 후원하며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자사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가상현실(VR) 기기 기업 즈뎬이징도 월드컵을 후원했다. 러시아 월드컵 총 광고비(24억달러·약 2조8400억원) 가운데 중국 기업의 비중은 무려 35%(8억3500만달러·약 9900억원)로 미국 기업(4억달러·약 47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월드컵 이후 비보의 경우 인도 중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중국 기업들이 축구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이유는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 정책 때문이다. 축구 발전을 국가적인 모토로 정했고 향후 월드컵 본선 진출과 개최, 우승을 노린다. 자국 프로리그를 활성화하며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것은 물론 유럽축구를 좋아하는 자국 팬들의 관심을 사기 위해 유럽 명문 구단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후원 계약을 맺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지분을 사들인 인테르 밀란이나 AC 밀란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기업들의 이러한 시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꾸준히 스포츠 마케팅을 이어왔던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보다는 다소 급진적인 형태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그간의 경험 부족을 상쇄하고 있다.
하이센스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클럽 중 하나인 PSG와 팀을 이뤄 기쁘게 생각한다. 이들은 항상 모든 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추구해 왔다"라며 "이는 과학 기술 혁신을 추구하고 수백만 가족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하이센스 사명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라고 이번 계약 의미를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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