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최근 국내외 특허 취득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날이 갈수록 빈번하게 벌어지는 특허 분쟁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면 다질수록 경쟁사는 물론 이른바 '특허괴물'로부터 피소당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장기간에 걸친 불필요한 소모전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전략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각종 특허 공방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3일 삼성전자 일본법인은 카메라 렌즈 특허 무단 사용을 이유로 대만 전자업체 '아시아옵티칼'로부터 제품 수입판매 중단 요구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지난 6월에는 밀어서 잠금해제 기능 무단 사용을 이유로 애플과 함께 스웨덴 터치스크린 기술 전문업체 '네오노드'로부터 미국 텍사스 서부지법에 특허 침해소송을 당했다.
해당 기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서로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지난 2012년 법정 공방을 벌인 기술이기도 하다. 당시 애플은 삼성전자 등이 밀어서 잠금해제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은 "네오노드가 이미 해당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5년 넘게 진행된 해당 소송은 2017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삼성전자의 상고심을 기각하면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1억1960만달러(약 1400억원)를 배상하는 판결로 종결됐다. 이번에 이 네오노드가 당시 삼성의 주장을 역이용해 두 업체를 저격하고 나선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6월 스마트폰 '방해금지 모드'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IT 업체인 '스팸 블락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스팸 블락커는 텍사스 서부지법에 소장을 내면서 LG전자 스마트폰의 미국 내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2월 터키 가전업체 '아르첼릭'으로부터는 세탁기 구동 기술 침해를 이유로 독일과 프랑스 법원으로부터 각각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당했다. 지난해 9월 아르첼릭 등이 유럽에서 판매중인 양문형 냉장고가 LG전자의 도어 제빙 기술을 침해했다며 LG전자가 소송에 나서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소송에 소송으로 맞서는 방식이 이어지면서 법적 공방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과 LG전자 여의도 사옥. 사진/뉴시스
양사는 경쟁업체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특허를 사들인 뒤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수익을 얻는 특허괴물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2월 유럽의 특허괴물 '네오드론'으로부터 미국에서 유통하는 스마트폰·태블릿 장치·노트북 컴퓨터·랩톱 컴퓨터 내 정전식 터치기술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를 받고 있다.
네오드론은 지난해 5월 삼성전자를 ITC에 제소한 업체이기도 하다. 당시 네오드론은 삼성전자 한국법인 및 미국법인을 포함해 아마존, 델, HP, 레노버 중국 본사·미국 법인, 모토로라 등에 대해 터치스크린 기술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ITC에 소장을 제출했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10월에도 특허괴물 '제로클릭'으로부터 터치스크린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텍사스 서부지법에 피소됐다. 터치스크린 기술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만큼 법정 공방으로 인한 부담도 상당할 전망이다.
특허 공방이 해마다 크게 불어나면서 양사가 느끼는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공통점을 가진 법정 공방과 특허 취득을 동일 선상에서 놓고 봤을 때 후자를 선택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의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누적 건수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삼성전자나 차세대 통신 표준, 새로운 멀티미디어 코덱 관련 특허들이 회사의 신사업 진출 시 사업에 대한 보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LG전자의 설명은 이러한 맥락에서 쉽게 이해가 된다.
특히 LG전자가 2016년 취득한 '차량의 조향토크 및 조향각 검출장치에 대한 특허'의 경우 소요 시간만 무려 6년9개월이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취득에 성공해 2029년 11월까지 배타적 권리를 확보했다. 앞으로도 취득에 상당 시일을 요하는 특허를 조기에 선점해 법적 분쟁을 방지하려는 양사의 노력이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업체들은 이전부터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유럽 특허 취득을 강화해왔다"면서도 "미국·유럽 등에서 특허 관련 법정 분쟁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차세대 기술 확보 등 미래 준비 차원에서 특허 취득에 애쓰고 있는 가운데 각국을 걸쳐 이어지고 있는 특허 소송도 일부 취득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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