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손든 국내 법원…SK이노 "장기전 간다"
LG화학, 미국 이어 한국 소송도 '승기'
SK이노 "판결 유감…힝소 제기할 것"
치열한 법정 공방에 '배터리 전쟁' 장기화 예상
2020-08-27 16:15:40 2020-08-27 16:15:4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이 한국과 미국에서 '배터리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이어 국내 법원도 LG화학의 편을 들었다. SK이노베이션은 항소한다는 방침으로, 이번 판결은 두 기업이 협의 중인 미국 영업비밀 소송 합의금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중앙지법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관련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은 LG화학이 지난해 9월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내며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진행한 소송 합의에 따라 양사가 '분리막 특허'에 대해 국내·외에서 더 쟁송하지 않기로 했는데 LG화학이 이를 어겼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관련 특허침해에 대한 미국 소송을 취하하고 손해배상도 해야 한다며 법원으로 간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날 당시 합의한 특허는 한국 소송에만 해당한다며 LG화학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을 취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LG화학 승소 판결을 했다. 사진/뉴시스
 
승기 잡은 LG화학…"억지 주장 그만"
 
법원이 SK이노베이션 1심 패소 판결을 하며 LG화학은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다른 여러 소송에서도 또 한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LG화학은 이날 법원 판결 후 "SK이노베이션의 제소가 정당한 권리행사가 아닌 지난해 LG화학으로부터 제소당한 미국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국면 전환을 노린 것이라는 게 드러났다"며 "현재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른 법적 분쟁에서도 SK이노베이션 측 주장의 신뢰성에 상당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LG화학이 제출한 증거에 의해 당시 협상 과정에 관한 SK이노베이션 측 주장이 허위거나 왜곡됐다는 점이 분명히 밝혀졌다"며 "당사는 현재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진행 중인 SRS®(안전성 강화 분리막)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의 특허침해 소송에 끝까지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판결을 인정할 수 없으며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LG화학이 패소한 후 체결한 합의서에 대해 5년여가 지나 일부 문구를 핑계로 문제 제기하는 것은 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판결문을 분석해 항소 절차에서 회사 주장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표영주 디자이너
 
깊어지는 갈등…돌파구 없는 '배터리 소송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은 5건이 넘는다. 이날 국내 법원이 1심 판결을 낸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소송 외에 ITC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특허침해 맞소송도 걸려 있다. 아울러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하기도 했는데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대응했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소송은 ITC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다.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이 고의로 LG화학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최종 판결은 오는 10월로 이변이 없는 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은 ITC 최종 판결 전에 소송을 마무리하기 위해 현재 합의금 규모를 두고 협의 중인데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조 단위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는데 SK이노베이션은 이는 과하다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는 조 단위를 배상할 바엔 합의하지 않고 미국 법원 손해배상액 판결까지 가보겠다는 전략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20여년 간 수십조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합당한 배상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법원 판결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LG화학은 "미국 소송과 관련해 합의는 가능하나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제시돼야 한다"며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당사는 ITC와 미국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 민사소송 등 배터리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 절차를 끝까지 성실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에 맞소송을 걸며 전쟁을 치르는 것은 두 회사 모두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만약 어느 한쪽이 영업비밀이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게 인정되면 배상금은 물론 앞으로 사업을 하며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양측의 소송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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