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구글과 애플의 일방적 수수료 책정, 묵과해선 안된다
2020-08-31 06:00:00 2020-08-31 06:00:00
플랫폼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며 사회 곳곳에서 플랫폼 수수료와 관련한 잡음이 늘었다. 엑스퍼트 기능 수수료율을 둘러싼 네이버와 변호사들의 갈등, 광고 수수료 체계 변경을 둘러싼 배달의민족과 소상공인의 갈등 등이 그 예다. 
 
여러차례 충돌 끝에 네이버는 해당 수수료율을 5.5%에서 1.65%로 낮췄고 배달의민족은 기존 수수료 체제로 돌아갔다. 적절한 수수료율 수준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플랫폼 수수료는 곧 플랫폼 사용 가격이며, 이를 사용하는 생태계 내 관계자들의 논의 하에 정해진다. 시장에서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서 정해지듯 말이다. 
 
최근 구글과 애플의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수수료를 둘러싸고 사업자와 모바일 플랫폼 기업 간에 거센 충돌이 생겼다. 애플은 이미 오래 전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받고 iOS 운영체제하에서 구동하는 모든 앱의 결제 수단을 '인앱결제'로 일원화한 상태다. 이 가운데 게임 외 앱에는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않았던 구글도 애플과 같은 행보를 걸으려 하고 있다. 이들이 플랫폼 사용료로 제시한 수수료율은 30%다. 
 
왜 30%일까. 이 숫자가 어떻게 책정됐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플랫폼을 공급하는 데 드는 비용에 대한 설명은 어디서도 들은 적이 없다. 애플과 구글은 최소한의 정보마저 꽁꽁 숨기고 그저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할 뿐이다. 모바일 앱 마켓 플랫폼 시장에서의 균형 가격을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구조다. 
 
앱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 이 수수료의 근거에 대해 알지 못하는 동시에 이것이 비싸다고 느낀다. 구글의 앱 마켓 정책 변경이 콘텐츠 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김정환 부경대 교수는 "사업자들을 인터뷰하면서 30%라는 기준이 어디서 시작한 것인가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윤혁 고려대 교수의 구글 앱 마켓 정책에 대한 이용자 인식 연구에 따르면 구글의 30% 수수료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이용자는 86.7%에 달한다. 
 
책정 근거에 대해 알 길 없는 비싼 수수료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앱 마켓 플랫폼에서 독점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구글플레이와 애플의 앱스토어가 국내 앱 마켓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도, 이용자도 이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앱 마켓 시장이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 경쟁체제로 가지 않는 이상 납득할 수 있는 수수료가 제시되기는 힘들다. 
 
시장 독점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은 정부가 최소한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여지가 있는지 적극 검토에 나서는 한편, 건강한 플랫폼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 또한 앞장서 마련할 때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단독으로 상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속가능한 앱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미국기업이라고 해서 미리 소심해질 필요는 없다.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충돌로 확인할 수 있듯 애플의 본국인 미국에서도 관련 잡음이 일고 있는 만큼 이미 문제제기의 당위성은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 차원에서도 신박한 아이디어를 짜내길 기대해본다. 국가간 장벽을 뛰어넘은 '갑을 문제'인 만큼 타국의 앱 사업자들과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배한님 중기IT부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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