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다.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네 번 정상에 오른데 이어 또 다시 K팝 역사에 남을 대기록이다.
아시아 가수가 싱글차트 '핫100' 1위에 오른 것은 1963년 일본 가수 사카모토 큐(1941~1985)의 '스키야키' 이후 57년 만이다. 2010년에는 한국계, 일본계, 중국계, 필리핀계 등의 멤버로 구성된 미국 일렉트로닉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라이크 어 지식스(Like A G6)'로 이 차트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한국 가수로는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7주간 이 차트 2위 기록을 세운 적 있다.
31일(현지시간) 빌보드가 닐슨뮤직 집계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발표된 방탄소년단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발매 첫 주(8월21~27일) 미국에서 3390만회 스트리밍되고 30만 건의 디지털·실물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9월16일 테일러 스위프트의 싱글 '룩 왓 유 메이드 미 두(Look What You Made Me Do)'의 35만건 다운로드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디지털 판매량으로 기록된다.
발매 첫 주 차에 '핫100' 1위로 진입한 것은 세계 대중음악사에서 43번째다.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엘튼 존, 로린 힐, 브리트니 스피어스, 레이디 가가, 케이티 페리, 에드 시런 등 세계적인 가수들의 곡이 그간 이 절차를 밟았다. 그룹으로는 에어로스미스, 조나스 브라더스, 더 스코츠 3팀 뿐이다.
'핫 100'은 주간 단위 싱글 음반 판매 수치와 디지털음원 판매를 음반 판매로 환산한 수치,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곡의 대중적 인기가 차트 순위에 결정적 척도가 되기에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보다 순위권에 들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가수로는 싸이가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으로 각각 이 순위 2위, 5위까지 오른 적 있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앨범 차트 4연속 1위를 기록하는 동안 이 싱글차트 1위 달성은 유일한 과제였다. 그룹은 2018년 ‘페이크 러브’(10위)로 ‘핫 100’ 톱 10에 처음 진입한 이후 지난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8위), 올해 ‘온’(4위)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그려왔다.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간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노래는 미국 현지 음악 시장에선 대중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음원 판매량, 음원 스트리밍에 비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라디오 방송횟수(에어 플레이)가 약해 '핫 100' 정상에 오르기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00% 영어가사인 이번 새 싱글이 발표 직전부터 현지에서 큰 관심을 끌어냈던 이유다.
실제로 'Dynamite'는 발표 직후 라디오 등 현지 매체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9일 자 빌보드 '팝송' 라디오 차트에서 'Dynamite'는 발매 3일 만에 2301회 방송돼 30위를 차지했다. 이번 주는 역대 최고 순위인 20위까지 올라섰다.
'핫100' 순위 산정에 포함되는 글로벌 음원 플랫폼과 유튜브에서도 속속 역대 기록을 냈다. 특히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는 한국 최초로 '글로벌 톱 50' 1위로 진입한 이후 한 주간 4000만회가량 재생되면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Dynamite'의 성공은 철저한 미국 현지화 전략의 소산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우선 100% 영어 가사가 자막 영화조차 없는 미국의 높은 언어장벽 빗장을 푼 것으로 분석된다. 음원 발매 시간도 그간 관례처럼 여겨온 금요일 오후 6시가 아닌 금요일 오후 1시로 바꿔 미국 동부 시간 0시에 맞췄다. 기존 소속사 시스템에서 벗어나 외부 프로듀서진들에 곡을 맡긴 것 또한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Dynamite' 작사, 작곡에는 조나스 브라더스, 헤일리 스타인펠드를 제작한 데이비드 스튜어트, 제시카 아곰바르 등 글로벌 프로듀서진이 참여했다.
방탄소년단은 전날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2020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도 베스트 팝, 베스트 안무, 베스트 그룹, 베스트 케이팝 등의 분야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올해 하반기 앨범 발매를 최종 목표로 여러 활동을 이어간다.
작년 스타디움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현장을 담은 영화이자 이들의 네 번째 영화인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감독 박준수)는 내달 10일 개봉한다.
오는 10월 10일과 11일 서울에서 'BTS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을 온라인 스트리밍과 오프라인 공연으로 동시에 진행한다. 이 공연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지 관심이다. 이 콘서트에 맞춰 새 앨범도 발매할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 'MTV VMA'_단체.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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