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성욱 기자] 부동산정보업체를 압박하는 수법으로 카카오와의 제휴를 방해한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카카오가 경쟁에 나서자, 매물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막는 등 최종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됐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경쟁사업자 배제행위·구속조건부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0억3200만 원을 부과한다고 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는 부동산정보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두 차례 부동산 정보업체들과 제휴를 시도했으나 네이버의 방해로 모두 무산됐다.
카카오는 지난 2015년 2월 네이버와 제휴한 총 8개 부동산정보업체 중 7개 업체와 체휴를 추진한 바 있다. 카카오와의 매물제휴 의사가 있던 부동산정보업체들의 움직임을 파악한 네이버는 부동산정보업체들에게 '제3자 제공금지 조항'에 대한 의사를 통보했다.
즉, 재계약할 경우 확인매물정보의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을 삽입하겠다는 통보였다. 확인매물정보는 부동산매물검증센터를 통해 확인한 매물정보를 의미한다. 네이버는 해당 검증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제3자에게 매물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것.
카카오와 제휴을 진행하던 모든 부동산정보업체들은 네이버와의 계약유지를 위해 카카오에 제휴 불가를 통보했다.
공정위 측은 “네이버는 업계 1위 사업자인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며 “부동산정보업체들 입장에서 더 많은 매물정보를 소비자에게 노출하기 위해서는 네이버와의 제휴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2015년 5월 네이버와 부동산정보업체들은 카카오에 매물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계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6년 5월에는 실효성 담보를 위해 부동산정보업체가 확인매물 제공금지조항을 위반할 경우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명시적인 패널티 조항도 추가했다.
이후 카카오는 2017년 초 네이버와 매물제휴 비중이 낮은 부동산114와 업무제휴를 시도했다. 그러자 네이버는 확인매물정보 뿐만 아니라 부동산매물검증센터에 검증을 의뢰한 모든 매물정보에 대해서도 3개월간 제3자 제공을 금지하겠다고 부동산정보업체에 통보했다.
부동산114는 불공정 조항을 운운하며 네이버 측에 해당 조항 삭제를 요청했으나 압박만 당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결국 부동산114도 카카오와의 매물제휴를 포기, '매물정보의 제3자 제공금지 조항' 계약을 체결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제3자 제공금지 기한을 3개월로 한정했다고 하나 시의성이 중요한 부동산 매물정보의 특성상 3개월 경과 이후 매물정보로서의 가치가 현격하게 감소한다"고 말했다.
송 국장은 이어 "네이버는 경쟁사업자가 줄면서 시장 내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됐다"며 "이로인해 최종소비자의 선택권이 감소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카오의 제휴시도가 무산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등 부동산 관련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부동산 서비스는 직방에서 위탁, 운영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부동산정보업체를 압박해 카카오와의 제휴를 무산시킨 배제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성욱 기자 sajikok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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