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국회가 연이어 문을 닫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국회 폐쇄가 언제든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만 3000여명에 공무원 1900여명, 당직자, 기자 등을 포함하면 상주하는 인원만 수천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국회 어느 한 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또다시 국회 일정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국회 상임위 회의와 본회의에 원격 회의·원격 표결 등 원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격 시스템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조승래·이동주·고민정 의원 등이 원격 출석과 비대면 표결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아직까지 원격으로 국회 회의에 출석해 표결 처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원격 시스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국회 회의장을 벗어난 표결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회의장에 있지 않은 의원은 표결할 수 없고, 의장은 의장석에서 표결을 선포해야 하는데 위헌성 여부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원격 표결이 도입될 경우 과반 의석수를 앞세운 여당의 입법 추진력이 더욱 강화되면서 여당 견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이러한 주장은 코로나19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세계적인 흐름과 동떨어진다. 영국 하원의 경우, 본회의장 출석 인원을 전체 하원의원 650명 중 50명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 의원들은 원격표결에 참여했다. 특히 미국 하원 의회에서는 의회 역사상 최초로 한 의원이 최대 10명의 의원을 대리해 투표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프랑스·독일·스페인 의회 등에서도 원격 표결을 시행했다.
무엇보다도 국정감사에서 존재감을 발휘해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다가오는 국정감사 일정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상임위 회의부터 원격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국정감사가 상임위 회의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민생법안에 대해서는 원격 표결을 통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제는 여야가 원격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논의 보다도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할 시점이다.
박주용 정치팀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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