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하고 '홈콕족'이 늘면서 '언택트(Untact·비대면)' 석유화학 소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 줄이기 바람이 계속 되면서 각종 친환경 제품 수요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고부가 합성수지인 아크릴로부타디엔스티렌(ABS) 가격은 최근 꾸준히 오름세를 타며 최근 10년 기록을 경신 중이다. 이 소재의 가격은 지난 4월 1124달러에서 6월 1389달러를 거쳐 9월 첫째주 160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주 톤당 마진 평균은 849.8달러로 지난해 연간 평균 마진은 361.9달러였다. ABS는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에 흔히 쓰이는 소재다.
가전제품 케이스에 사용하는 폴리프로필렌(PP)도 올 초 떨어졌던 가격과 마진이 최근 들어 다시 오르고 있다. 9월 첫째주 가격은 전주보다 3.8% 상승한 톤당 940달러를 기록했다. PP 가격은 올해 1~2분기에는 800달러 안팎을 맴돌며 전반적으로 약세였다.
이들 원료의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제품을 교체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는 TV를 비롯해 빌트인 냉장고, 건조기, 제습기가 인기를 끌었다. 지속해서 수요가 증가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 기업들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건축 자재 원료도 호황이다. 집을 꾸미기 위해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리모델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표 건자재 소재인 폴리염화비닐(PVC) 마진 또한 강세로, 9월 첫째주 마진은 톤당 487.3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254.8달러보다 두배 가까이 올랐다.
코로나19로 '홈콕족'이 늘고 가전 제품 판매량이 늘면서 관련 소재 수요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LG전자 해외 매장. 사진/뉴시스
홈콕 소재와 함께 친환경 제품들도 화학업체들의 하반기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친환경 정책인 '그린뉴딜' 계획을 발표했고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차 시장도 급성장하면서 관련 제품을 만드는 화학사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대표적인 곳은 미국과 유럽에서 태양광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한화솔루션이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과 함께 태양광, 첨단소재 등의 사업을 하는데 최근 들어 태양광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발전 용량을 42.7GW로 확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의 약 3.4배 수준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태양광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사업은 2분기 이익을 저점으로 3~4분기 회복세를 기대한다"며 "유럽 등 주요국에서 친환경 정책 강화에 따른 글로벌 수요 확대, 다운스트림 확장을 통한 성장성 모색과 사업 구조 전환 때문"이라고 말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침체한 상황에도 전기차 판매량만큼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7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20.9% 증가한 10.5GWh를 기록했다.
이밖에 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정부가 5대 유망 녹색산업으로 선정하면서 이를 생산하는 SKC, 효성티앤씨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잘 분해되는 각종 포장재나 비닐 원료를 찾으면서 관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간 화학사들의 주요 먹거리였던 범용 제품만으로는 생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부가가치나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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