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합병, 과연 임박했나?
2010-06-22 08:51:11 2010-06-22 08:51:11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 앵커: 양성희
▲ 출연: 이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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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합병, 과연 임박했나?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합병, 이상징후 포착
·스마트폰 시대, 와이파이존 등 유선인프라 중요..투자 외면 가능?
·구조조정 통한 지표 개선..합병 지연 가능성 크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합병 예상시기
 
- 합병이슈군요. 엊그제 SK브로드밴드가 자구안을 발표했는데 그것과 상관 있나요? 증권사 일부 리포트도 합병이 임박해 매수의견을 내기도 했는데요. SK텔레콤도 합병이 기정사실화된다면 오늘의 이슈로 다룰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그렇지 않습니다. 전 증권사의 리포트가 과연 기업, 특히 이번 합병 이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정황증거를 수집해서 내놓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취재한 바로 올해는 분명히 합병에 대한 이슈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정황증거가 곳곳에 드러나고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 내년 초에는 합병법인이 출범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상황이 전혀 다른 쪽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 재밌는 주장인데요? 취재를 통해 합병이 임박했는지, 아직 멀었는지 예측이 가능하다는 얘긴가요? SK텔레콤 내부에서조차 알기 어려운 문제일 거 같은데요.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죠.
 
▲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이슈는 이미 지난해부터 검토되기 시작했습니다. SK텔링크와 SK브로드밴드를 5월경 합쳐 SK브로드밴드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생각이었던 거죠. 그런데 그 계획이 돌연 철회됐습니다. 이유는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실적이 좋은 기업에 의지해 SK브로드밴드의 실적을 회복시켜보려는 의도였습니다. SK텔링크 카드는 SK텔레콤의 전형적인 부실사업인 위성사업을 SK텔링크가 떠 안으면서 당분간 사용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 좋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유무선 사업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SK브로드밴드를 방치해둘 수 있을까요? SK텔레콤은 유선 기반이 필수적인 와이파이존 설치에 대해서도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 와이파이존이 필요한 휴대폰 단말기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가 얼마나 될까요? 올해 휴대폰 예상 판매량은 2500만대입니다. 이중 SK텔레콤 예상 판매량이 1250만대에서 1300만대 수준입니다.
 
이중 와이파이존을 온전히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숫자는 200만대에 불과합니다. 5분의 1도 안되는 숫자입니다. 스마트폰 이용자를 제외한 일반 휴대폰 이용자에게 와이파이존은 크게 쓸모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게 유선인터넷에 대한 투자대비 쓸모가 아직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부 SK텔레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SK텔레콤 내부에서 와이파이나 무선인터넷 확충에 대해 주장하는 것은 매국에 가깝게 취급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통한 유선 인프라 확충에 아직 관심이 없습니다.
 
- SK텔레콤에 대해 너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 아닌가요? 경쟁사가 무선인터넷 부문을 선점하기 위해 뛰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 데 말이죠.
 
▲ 어차피 이동통신 부문의 1위 사업자는 SK텔레콤입니다. KT가 아이폰을 앞세워 무선인터넷 세상을 열기는 했지만 무선인터넷에서조차 아직 1위라 말할 수 없습니다. KT 경영진을 만나보면 “이동통신, 특히 음성시장에서 1위는 어떨지 모르지만 무선인터넷에서는 KT가 1위를 기필코 차지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이동통신의 이슈는 아직 SK텔레콤이 쥐고 있는 상황입니다. 와이파이존도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일부 이용자에 의해 하도 이슈가 되니까 어쩔 수 없이 공공장소 기반으로 깔겠다고 나선거죠.
 
그걸 깔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무리한 합병까지 계획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SK텔레콤 경영진의 생각입니다. 그렇게 와이파이존이 중요하다면 유선인터넷 확충을 위해 지역망이 잘 갖춰진 케이블사업자를 인수할 수도 있는데 그 같은 검토도 지금은 캐비닛 안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 그 정도 사실과 예측 가지고 합병이 아직 멀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한 것 아닌가요?
 
▲ 그런가요? 그럼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죠. 지금 SK브로드밴드는 전형적인 적자 기업입니다. 이번에 회생안도 한참 뒤에 정상화된다고 나와 있는데요.
 
그냥 단순하게 장부상으로만 얘기하겠습니다. 원래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인력의 30%~40%를 구조조정할 계획이었습니다. 적자기업이니까 정리해고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컸죠. 하지만 일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먼저 흘러나오게 됐고, 노조가 크게 반발했습니다.
 
소매와 유통의 성격이 강한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노조가 구조조정으로 반발하거나 시위를 벌여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까 전전긍긍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명예퇴직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비용은 정리해고 때보다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됐습니다.
 
이 비용을 어디서 충당하겠습니까? SK브로드밴드의 실적지표는 이 명퇴금을 털어낼 때마다 더 악화될 것이 뻔합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안좋은 성적을 앞에 두고 억지로 합병한다?
 
최태원 회장이 유선네트워크 확충을 위해 케이블 사업자를 인수하자는 실무진의 의견을 물리치고 SK브로드밴드 인수를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인수한 SK브로드밴드가 어렵다고 사외이사들이 SK텔레콤 주가가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것까지 무릅쓰고 합병을 결정하기에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상황입니다.
 
- 그럼 언제쯤 합병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까?
 
▲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먼저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합병 절차에 대한 시간 개념이 있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정부의 인허가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허가,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 등의 기본적인 절차가 빨라도 3개월입니다.
 
SK브로드밴드가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예상비용을 포함해 올해 흑자전환을 선언했습니다. 흑자전환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흑자 전환 집계가 끝나는 시점이 되겠군요.
 
잠정집계가 끝나는 상황이 내년 초. 그렇다면 그때 최대한 빨리 이사회를 소집해서 합병을 결정한다 해도 3개월은 소요되니까 합병법인은 내년 4월에나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빠르면 그 수준이 될 거 같군요. 빨라도 내년 2분기에나 이뤄질 합병을 두고 합병 임박을 말하는 것은 좀 이른 감이 있는 셈이죠.
 
- 좋습니다. 지켜보죠. 그럼 앞으로 SK텔레콤의 행보는 어떻게 될 것 같나요?
 
▲ 버틸 겁니다. 지금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버틸 겁니다. 절대 KT의 작전에 휘말리지 않고 지금의 구조를 고착화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최근 SK텔레콤의 주력폰을 보면 그 작전이 뭔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 LG전자의 옵티머스Q 두개를 자세히 보십시오. 한국형 어플리케이션이라며 스마트폰 안에 100개가 넘는 어플리케이션들이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은 비싼 무선인터넷 쓰면서 어플리케이션 내려받지 말고 그냥 필요한 것을 핸드폰에 넣어두었으니 쓰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아이폰처럼 와이파이존이나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어플리케이션을 안내려받아도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거죠. 그 동안 SK텔레콤이 즐겨쓰던 ‘내방식대로’인 셈이죠.
 
이렇게 무선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폰 시대를 최대한 늦추면서 SK브로드밴드의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다가 스마트폰이나 무선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 그때 합쳐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까지 충성스러운 011 고객을 잡기 위해 일부 출혈은 감수하더라도 잡고 있다가 무선의 경쟁력을 온전히 유선으로 옮길 수 있을 때쯤 합병을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이 악화돼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최태원 회장의 결심으로 합병을 결정할 수 있지만 현재로는 그럴 가능성은 그리 커보이지 않다는 것이 제가 내린 판단입니다.
 
정리=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 magicbull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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