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주요 6개 경합주에서 트럼프를 앞서는 상황에 반전 카드로 내놓았던 백신 공급까지 안전성 문제로 난항을 겪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다음 주 발간 예정인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를 입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는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고 다루기 힘든 바이러스"라며 "심한 독감보다도 5배나 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밥 우드워드는 지난 5월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재임 중 가장 큰 국가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말을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라며 말을 얼버무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의 폭로 내용이 공개되자 이날 백악관에서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다.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싶지 않고 패닉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 회피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지적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중국 책임론을 강조해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26일 워싱턴주에서 첫 코로나19 증세 환자가 발생한 이후 같은 달 31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을 여행한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후보이자 전 부통령은 트럼프의 코로나19 위험 은폐 주장이 나오자 맹공을 이어갔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건주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트럼프는 코로나19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있었고 이를 일부러 경시했다"면서 "더 나쁜 것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경기 침체와 일자리 감소 문제 역시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CNBC방송에 따르면 애리조나, 플로리다,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등 6개 주요 경합주 유권자 414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5%로 바이든 후보(49%)보다 4%포인트 낮았다. 2주 전 같은 조건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 지지율이 49%로 트럼프 대통령(46%)을 소폭 앞섰다.
로이터 통신과 입소스가 공동으로 진행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 지지율이 52%로 트럼프 대통령(40%)보다 12%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오는 11월3일 대선을 두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이 경쟁 후보와의 지지율을 격차를 반등시킬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소진된 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힘을 받는다. 반전 카드로 내걸었던 백신 개발도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인종차별 시위, 미·중 무역갈등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영국의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8일(현지시간) 옥스퍼드대와 공동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발견에 따라 임상 3상 실험을 중단한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결정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개발자가 임상시험의 과학적 무결성을 보장하고 백신 개발에 대한 표준 지침과 규정을 준수했다"면서 백신의 안전성을 거듭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윈스턴세일럼에서 대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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