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현대건설(000720)의 미청구공사 금액 중 약 3000억원은 준공이 임박한데도 1년 이상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상장 건설사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미청구공사는 건설과 같은 수주산업에서 통상 발생하지만, 준공을 앞둔 채 오랜 기간 받지 못하는 금액은 떼일 우려가 높은 악성으로 꼽힌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공사 현장 중 세 곳은 최소 1년6개월 이상 진행률이 99%인 채 미청구공사 금액이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 현장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총 2978억원이다.
이중 준공이 가장 늦어지면서, 미청구공사 금액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곳은 아랍에미리트(UAE) ‘미르파 담수복합화력발전’ 사업장이다. 이곳은 지난 2017년말 진행률이 99%였는데, 올해 상반기말에도 99%로 남아있다. 2년6개월동안 준공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곳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상반기말 기준 1156억원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사브 해상원유 및 가스처리시설’ 사업장도 비슷하다. 이곳은 2018년 3월말 진행률이 99%였는데 올해 6월에도 99%로 2년3개월 동안 준공되지 못한 상태다. 상반기말 기록된 이곳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309억원이다.
나머지 한 곳은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프로젝트다. 이곳도 지난 2018년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6개월 동안 진행률이 99%로 남아 있다. 이 곳의 미청구공사는 1513억원이다.
이처럼 진행률이 1년 넘게 99%인 상태로 미청구공사가 1000억원 이상 남아있는 회사는 5대 상장 건설사 중에는 현대건설뿐이다.
삼성물산(028260)은 호주의 한 사업장이 이번 상반기말부터 진행률 99%로 기록됐고
GS건설(006360)은 지난해말부터 진행률이 99%인 사업장이 나와, 준공이 밀린 기간은 길지 않았다.
대우건설(047040)은 올해 3월말부터 진행률 99%인 사업장이 있고,
대림산업(000210)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오랜 기간 준공되지 않은 현장이 한 곳 있으나, 미청구공사 금액은 올해 상반기말 23억원으로 크지 않았다.
준공이 임박한 공사가 끝나지 않고 오랜 기간 늘어질 경우 해당 사업장의 미청구공사는 손실처리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업 진행률이나 정산 협의에서 발주처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거나 발주처가 재정 문제를 이유로 대금 지급을 미뤄 미청구공사를 회수하지 못하면, 이 금액은 공사원가에 반영돼 매출총이익이 떨어진다. 판매관리비가 고정돼 있다면 매출총이익 감소는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진행률이 99%인채 오랜 기간 미청구공사가 해소되지 못하면 손실 위험이 크다”라며 “준공이 늦어지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떼일 확률도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진행률 99%인 현장에서 미청구공사가 몇 백억원 정도 남는 사례는 빈번하지만, 1000억원 이상 나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특히 중동 국가는 저유가로 인한 재정 부담이 커져 이 일대의 사업은 미청구공사가 손실처리 될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수주산업 특성상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하는 미청구공사는 언제든 발생하는 것”라며 “회수가 늦어지는 중동 현장 세 곳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손실 가능성을 일축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현대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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