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물론 중국 마켓의 구조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애국 소비' 바람 여파로 중국 내 자국 제품이 절대 강세인 만큼 샤오미·오포 등이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생산량은 약 1억7000만대로 분석됐다. 1억9000만대를 예상했던 지난 5월보다 약 10% 하향 조정된 수치다. 15일부터 미국 상무부가 자국산 장비·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해 만든 제품을 자신들의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도록 한 데 따른 결과다. 현재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화웨이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관련 부품 공급을 중단한 상황이다.
올해는 이 정도 하락 폭이지만 화웨이가 제재를 대비해 비축한 부품 재고가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부터는 더 큰 하락세가 예상된다. 이로 인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도 크게 요동칠 게 분명하다. 이미 또 다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15%대로 추산되는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내년 4.3%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화웨이의 점유율이 다른 업체들에 돌아가는 형국으로 글로벌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066570) 등의 수혜를 예상하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가 자국 위주로 돌아갔던 것을 생각할 때 중국 시장의 재편도 확실하다. 또 다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46%로 압도적인 1위였다. 뒤를 이었던 비보(16%)·오포(16%)·샤오미(10%)의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화웨이에 뒤졌다. 그만큼 화웨이의 아성이 강했는데 이 구조가 뒤 바뀌는 것이다.
쑹류핑 화웨이 수석법무관이 지난해 12월5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화웨이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웨이의 스마트폰 물량 중 중국 시장 비중은 76%에 이른다. 미국의 규제가 내년말까지 지속된다면 화웨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46%에서 8%로 급락한다"며 "화웨이 물량을 중고가 시장에서는 비보와 오포가 가져가고 중저가 제품에서는 샤오미가 유력한 대체 후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5월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첫 제재 이후 중국민들은 이른바 애국 소비로 글로벌 시장에서 부침을 겪던 화웨이에 힘을 실어줬다. 미국에 뺨 맞은 화웨이를 '우리라도 도와야 한다'는 자국 내 정서가 형성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화웨이의 점유율 하락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재차 애국 소비 등을 바탕으로 화웨이 외 자국 업체들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세 업체의 과제도 남았다. 트렌드포스는 샤오미·오포·비보가 평소보다 더 많아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간에 생산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이미 파운드리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으나 스마트폰 성능을 좌우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부품 부족으로 인해 단기간 생산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시장성을 갖춘 사실 때문에 국내 업체나 애플 등이 중국을 공략하려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제대로 된 안착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특히 최근 중국 내 애국 소비 등 여파로 인해 화웨이 빈자리를 휴대폰 생산이 가능한 타 중국 업체가 메울 것이라는 분석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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