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 군부와 연계돼 스파이 활동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1000여명에 대한 비자를 취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선언하는 등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 중국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에 맞서 자국 생산 의약품의 대미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공산당의 정치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미국에 대한 의약품 접근 차단'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의약품 제재 주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정책 핵심자문가로 알려진 리다오쿠이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의 말에서 시작됐다.
리다오쿠이 교수는 지난달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타민과 항생제 원재료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며 "우리가 먼저 이러한 공격을 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계속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강력한 조치 취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18년 3월 무역전쟁으로 불거진 미중 갈등이 2년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의약품 제재는 미국이 중국 군부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중국인 1000여명에 대한 비자를 취소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복이자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이날 "대통령 포고령에 따라 비자 발급에 부적격한 것으로 드러난 중국인 1000여명에 대한 비자 발급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자 일부를 대상으로 미국 입국을 제한하겠다’는 포고령을 발표하고 6월부터 행정명령을 시행해왔다.
중국이 의약품 제재가 당장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공식적 석상에서 자주 거론될 경우 오는 11월3일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치명타를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자국 내에서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론으로이미 상처를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의약품 도발에 어떠한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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