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이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2008년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고 박왕자씨 피격 사건 때처럼 남북관계에 중대 사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24일 북한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민간인 사살 사건까지 발생함에 따라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남북간에 연락선이 다 단절되고 대화 교류가 전혀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이라며 "북한에서 내치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남북 관계를 더욱 악화 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민간인 사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황해남도 옹진군 등산곶 해안 인근에 떠있는 북한 경비정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에서 실종된 공무원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행위에 대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며 향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 부원장은 "이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그렇게 대놓고 한 것은 우리에게 '완전히 너희들하고 끝났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단 사건 조사에 따른 결과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북한에게 사과 또는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도 "나라라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항의하고 보복조치를 해야 한다"며 "그때는 경제보복을 했는데, 지금 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대미지(손해)를 줘야 된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때도 뭔가 항의 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안했다"며 "아무 항의도 안 하고 넘어간다고 하면 그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와 남북관계를 연내에 개선해 보고자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 발생 시점이 문 대통령이 지난 23일 새벽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하기 직전이었다는 점에서 현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보수 세력의 공세가 예상된다.
보수야당에서는 이날 박왕자 사건을 상기시키며 "북한은 변한 게 없는데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운운하는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 도중 박왕자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면서 금강산 관광이 완전 중단되는 등 남북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앞서 국방부에 따르면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원이 북한 쪽으로부터 총격을 받고 숨진 뒤 화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쪽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군은 24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실종 사고와 관련해 북한의 총격에 의해 해당 공무원이 숨졌으며 시신을 일방적으로 화장하기까지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연평도 어업지도선 선원 실종 위치. 사진/뉴시스
박주용·최서윤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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