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근거 없이 총장 후보 재추천 요청한 교육부 처분은 위법"
"행정절차법 조항 위배"…임용제청 거부 취소 소송서 원고 승소
2020-10-05 06:00:00 2020-10-05 0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립대학교가 추천한 총장 임용 후보자에 대해 교육부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후보자를 재선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위법이란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정민)는 이모 A대 교수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임용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대는 총장 임용 후보자 학내 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이 교수를 1순위 후보자로, 그다음으로 많은 득표를 한 박모 교수를 2순위 후보자로 결정해 지난해 11월15일 교육부에 추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2월10일 A대에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 심의 결과 A대에서 추천한 총장 임용 후보자를 임용제청하지 않기로 했으니 교육공무원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총장 임용 후보자를 재선정해 추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A대는 2월12일 "학내 선거를 통해 추천한 총장 임용 후보자에 대해 임용제청하지 않은 사유를 밝혀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 교수는 교육부가 A대에 공문을 보낸 다음 날인 2월11일 "교육부가 임용제청에서 제외하면서 근거와 이유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재추천 요청은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돼 위법하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교육부는 같은 달 13일 이 교수에게 "처벌과 징계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총장 부적격자로 판단해 임용제청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의 심의 결과를 통보했다. 또 그달 26일 A대에 재차 공문을 발송하면서 "구체적인 사유는 후보자 본인에게 공문을 통해 통보했으며, 후보자의 명예 등을 고려해 본 공문에는 기재하지 않음을 알려드린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재추천 요청에 의해 총장 후보자에서 배제된 원고로서는 피고가 어떠한 사유로 자신을 부적격자로 봐 임용제청에서 제외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으므로 재추천 요청은 처분의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불이익 처분으로서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돼 위법하다"며 이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피고는 이 사건 재추천 요청 당시 원고를 비롯한 총장 임용 후보자 전부에 대해 임용제청하지 않기로 했음을 통지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 심의 결과'라고만 기재했다"며 "A대가 구체적인 처분 이유 제시를 요청한 이후 원고에게 발송한 2월13일자 통보가 재추천 요청과 실질적으로 하나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정민)는 이모 A대 교수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임용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행정법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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