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3분기 흑자 전망에도 '우울'…왜?
"적자 면하는 수준"…국제유가 다시 하락하며 4분기도 '캄캄'
2020-10-07 14:30:40 2020-10-07 14:30:4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정유사들이 올 3분기 적자를 탈출할 것이란 전망에도 좀처럼 미소를 짓지 못하고 있다. 3분기 흑자 규모는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업황 침체는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S-Oil(010950)) 4개 정유사는 올 3분기 각각 1000억원대 흑자를 내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각각 1295억원, 1950억원 영업이익이 예상되며 비상장사인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비슷한 규모로 흑자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3분기 흑자는 코로나19로 바닥을 쳤던 국제유가가 최근 소폭 상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한 후 약 한달 후에 제품으로 판매하는데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재고를 비싸게 팔 수 있었다.
 
정유사들이 업황 침체에 3분기에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처럼 흑자는 기대되지만 올 상반기 국내 정유 4사가 모두 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것을 고려하면 이익 개선에 큰 힘을 보태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정유사들은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전반적인 교역이 줄면서 휘발유는 물론 항공유, 선박 연료 소비가 줄었고 정제마진도 0~1달러 안팎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수익 지표로 석유 제품 가격에서 생산 비용을 뺀 금액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도 최근 다시 떨어지면서 4분기 전망도 어둡다. 3분기에 비싸게 산 원유를 다시 싼 가격에 파는 상황이 될 수 있어서다. 석유 제품 수요도 계속해서 부진하면서 업황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정부가 경유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악재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산하 기관이 이르면 다음달 경유세 인상안을 권고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그린 뉴딜' 등 친환경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당장 시행은 하지 않더라도 이를 지속해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개선을 위해선 석유 수요 회복이 관건인데 이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정유업 침체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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