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중대재해법, 피하지 말고 예방해야
입력 : 2022-01-21 06:00:00 수정 : 2022-01-21 06:00:00
지난해부터 산업계를 들끓게 했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7일부터 시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라 근무 중에 노동자 사망사고가 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 법은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숨진 김용균씨 사고와 경기도 이천 참사를 계기로 도입됐다.
 
법의 취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아닌 산업재해를 예방하자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다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중대재해법의 처벌 내용에 대한 기업들의 궁금증도 커진다. 특히 처벌을 받는 경영 책임자의 범위가 혼란스럽다고 아우성이다.
 
중대재해법에서 말하는 경영 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통상 대표이사를 말한다. 또한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안전담당 이사)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전담당 이사가 있으면 대표이사는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혼란이 지속하자 해설서를 내고 "중대재해법은 원칙적으로 대표이사의 안전보건 관리에 관한 의무와 책임을 규정한 것"이라며 "안전담당 이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을 적용한 사례가 없기에 기업들의 혼란이 커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법을 시행하면서 추가하고 수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 모호함을 이용해 기업들이 벌써 꼼수를 부린다는 점이다. 산업재해가 많은 업종은 건설업이나 흔히 장치산업이라고 부르는 철강, 석유화학, 조선업이 있다. 중대재해법 1호 기업도 이 업종 중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이들 기업은 '중대재해법 1호' 불명예만은 피하자는데 혈안이 돼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일부터 일정 기간 공사를 아예 중단하기로 한 곳도 있다. 일부 업체의 경영 책임자는 '바지사장'을 둬 처벌을 피하려는 행태도 보인다. 실제 일부 대기업은 안전관리 담당의 직급을 높여 산재의 책임자를 바꾸는 작업을 한 곳들도 있다. '누가 됐던 나만 아니면 된다'는 작전을 펴는 꼴이다.
 
책임 피하기에 급급한 사이 중대재해 소식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광주 학동의 한 재개발 철거현장에서는 붕괴 사고가 나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고, 최근 국내 한 조선소에서도 사내 협력사 직원 1명이 추락해 숨졌다. 이날 오전에도 국내 제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석탄을 운반하는 장치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의 배경은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데 있다. 물론 개인의 실수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업주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실수로 인한 사고의 가능성까지 낮추자는 게 취지다. 법을 도입한 배경을 이해했다면 처벌을 피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닌, 사고를 예방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징역을 살고 벌금을 내는 것도 큰일이지만 사람이 죽는 일에는 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지영 산업1부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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