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HMM, 영구채 전환에 지분 희석 직면…주주 달랠 카드는?
산업은행 등 영구채 주식 전환 가능성에 무게
중장기 전략으로 체급 불려 기업 경쟁력 강화 나설 듯
2024-04-26 06:00:00 2024-04-26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4일 17: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MM(011200)이 채권단의 영구채 주식 전환에 따른 주주가치 하락을 기업 경쟁력 확대로 방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HMM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영구채 주식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주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HMM은 기업 몸집 불리기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운업계가 공급 과잉에 운임 폭락 등 우려가 컸으나 이러한 우려가 잦아들고 있어 HMM의 몸집 불리기를 통한 경쟁력 강화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조 영구채 ‘쏟아지는 신주’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HMM의 잔여 영구채(194회~197회 영구전환사채) 규모는 총 1조6800억원이다. 전환가액은 주당 5000원으로 해당 영구채 전체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총 3억3600만주가 신주로 발행된다. 현재 남아 있는 잔여 영구채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HMM의 총 발행주식수는 6억8903만9496주에서 10억2503만9500주로 늘어나며 HMM의 발행주식수는 5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HMM의 주주들은 향후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주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2021년 이래로 영구채들이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주가 하락 추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HMM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3억4364만7009주의 주식을 새로 발행했다. HMM의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HMM의 주가는 당시 4만3900원에서 지난해 10월 1만4570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오는 5월에도 영구채 주식 전환 가능성이 있다. HMM의 영구채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금리가 인상되는 이른바 ‘스텝업’ 조항이 있다. 2019년 5월24일 발행된 194회 영구채(1000억원)는 발행 후 5년이 지난 다음달 5월24일 이자율이 3%에서 6%로 상향된다. 그간 채권단은 금리 인상 시기에 맞춰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에 선례에 따라 이번에도 194회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194회 영구채를 포함한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가액이 5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배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23일 HMM 주가는 종가 기준 1만4910원으로 주식 전환가액의 3배 수준이다.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채권단의 주식 전환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주주들은 주주가치 희석을 우려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주단 관리 체제하에서 HMM이 주가 부양 등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여지는 좁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HMM이 꾸준히 발행되는 주식에 대응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실정으로 파악된다.
 
 
 
기업경쟁력 강화로 대응 가능할지 관심
 
HMM은 지난 22일 194회 영구전환사채 1000억원에 대해 중도상환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시했다. 영구채 중도상환이 이뤄진다면 주식으로 전환되는 영구채 물량을 HMM이 회수할 수 있어 향후 신주 발행 물량을 줄일 수 있다. 신주 발행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면 향후 주주가치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 기준 HMM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등 포함)은 11조7568억원에 달해 상환 여력도 충분하다.
 
다만 최종적인 영구채 중도상환 여부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 달려 있다. 두 기관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HMM가 영구채를 중도상환할 수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94회 영구채의 주식전환 물량은 2000만주로 지난해 말 기준 HMM의 총 발행주식수의 2.9%에 해당한다. 업계 내외에서 영구채 주식 전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에 HMM은 대주단 관리 체제하에서 기업 경쟁력 강화 등 다른 방식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HMM은 지난 15일 2030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중장기전략에 따르면 올해 92만TEU(컨테이너 박스 단위)의 컨테이너선 선복량 규모를 2030년까지 150만TEU로 확대한다. 아울러 비중이 낮았던 벌크선 비중도 대폭 확대한다. 현재 36척인 벌크선 규모를 2030년 110척으로 3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해운업계가 동맹 재편 수순에 들어가면서 HMM도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몸집을 불리기로 결정했다.
 
최근 나오고 있는 글로벌 해운업계 전망도 이전보다 긍정적이다. 올해 초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선박 인도량이 증가에 따른 해상운임 폭락 전망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4월 현재 해운 분석업체 알파라이너 등에 따르면 해상운임이 폭락보다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친환경 선박들의 특성상 운항 속도가 느린 까닭에 향후 수요 증가가 커질 수 있다. 아울러 해운업계가 운임 폭락에 대응해 새 선박 발주를 줄이고 선박 개조를 통해 공급을 조절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운임이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몸집을 불릴 경우 매출 및 수익성 확대로 이어진다.
 
HMM 측은 선대 확장의 효과 등을 묻는 <IB토마토>와의 질문에 “탄소 규제 등 해운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친환경 대형 선박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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