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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대한민국 영화계 망해라!
2023-06-07 07:00:48 2023-06-07 07:00:48
그런 말이 있습니다. “이유 없이 망해가는 집구석 없다”. 대한민국 문화산업 1번지 한국 영화계, 망해가고 있습니다. 처참합니다. ‘정도’(正道)는 사라진 지 오래. 강호의 의리가 바닥으로 고꾸라졌으니 무도한사파’(邪派)가 판 치는 꼴이 당연해 보입니다. 무협지 얘기 아닙니다. 지금 한국 영화계 얘기입니다.
 
모두가나 죽겠다만 외칩니다. 살려 달라 아우성입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누적 관객 수 100만을 넘은 영화는 67일 현재까지 딱 3(교섭, 드림, 범죄도시3)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앞선 두 편은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했습니다. 뒤에 한 편은 변칙 개봉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사실변칙이 아닌반칙수준입니다. ‘1000만 흥행을 바라보던 시기, 분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기, 과연 진짜 존재했던 것인가싶을 정도입니다.
 
상황이 이렇지만 반성과 성찰, 없습니다. 여전히코로나19’ 핑계 뿐입니다. 3년 동안 이어진코로나19’ 때문에 창고 영화가 늘었고, 이로 인해묵은영화가 됐답니다. 글로벌 OTT가 판 치는 마당에 영화관이 관람료까지 상승시켜 관객이 떠났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당신들, 정말 안일(安逸) 했습니다.
 
글로벌OTT의 국내 시장 공략은 분명코로나19’ 이전이었습니다. 시장 분석과 콘텐츠 경쟁 체제 속에서 이에 따른 대응책은 분명 준비돼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코로나19’ 이후 시장이 선택한 대안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쟁 상대인 OTT에 대한 백기 투항 뿐이었습니다.
 
오프라인 플랫폼인 영화관 그리고 이후 부가판권으로 이어지는 기간을 뜻하는 홀드백 OTT가 정착되면서 깨져 갔습니다. 이 시기부터 시장의 콘텐츠 소비 성향이 대폭 변화됐습니다. 소비 성향 변화와 OTT플랫폼이 요구하는 포맷에 맞춰 콘텐츠 형태도 변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콘텐츠 시장 리드오프 성격을 지닌 영화계의 무사안일주의는 어쩌면 예고된 파행 이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유일무이한 시장 독점 체제를 구축해온 영화계와 상영업의 오만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래퍼 마미손이소년 점프에서한국 힙합 망해라~”를 외치는 것을 보며 웃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부산국제영화제가한국 영화 망해라~”를 외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파행과 충격의 연속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볶아 먹고 삶아 먹고 찜 쪄 먹어 온 세월이 20년이 넘었습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특정인 중심으로 특정 조직과 특정 단체가 장악해 입맛대로 재단해 온 과거의 세월이 지금에 와서 계산서를 내민 것뿐입니다. 계산서 받았으면 값을 치러야지요. 한 사람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기엔 너무 얄팍해 보입니다.
 
한국 영화가 망해가는 꼴을 보고도 정부는 글로벌 OTT에서 3조원을 유치해 왔다 호들갑 뿐입니다. 며칠 전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J CGV가 실적 전망치를 내놨습니다. 줄 하향세입니다. 국내 오프라인 상영 시장 절반 가량을 점유 중인 이 회사 실적은 그 자체로 국내 상영업, 나아가 국내 영화 시장 현 주소를 단적으로 볼 수 있는 바로미터입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을 지배하는 글로벌 OTT. 단언할 수 있습니다. ‘망해가는이 아니라 조만간망해버리고나면 그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이 시장에서 발을 뺄 겁니다. 3조원이 아니라 30원도 이 시장에 투자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애초에 투자도 아니었습니다. 이젠 정신 차리라는 말도 아깝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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