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인명피해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건설 현장의 사고는 끊이지 않은 모습입니다.
법 시행 이후 대형·공공 건설 현장 사망자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현장점검에서 부실이 적발된 지적 사항이 늘어나면서 안전 불감증이 여전한 까닭입니다. 특히 법 시행 이전에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건설사의 경우 소송 등으로 시간 끌기 전략을 구사하며 꼼수를 부리는 한편 5분기 연속 사망사고를 낸 건설사도 나왔습니다.
건설 공사현장 모습(사진=백아란기자)
작년 시평 상위 100대 건설사 현장 42곳서 사망사고 발생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하도급사 포함)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모두 42곳으로 건설사고 사망자는 총 5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동기(63명)에 비해 17.5% 감소한 수준이지만, 작년 1월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해예방 효과는 크지 않은 모습입니다.
사망사고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습니다. 고용부의 작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를 보면 건설업 사망사고는 341명으로 328건에 달했습니다. 사고사망자 발생비중은 전체 664명(611건) 중 53%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2021년 업종별 산재사고에서 건설업 비중이 50.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중이 더 커진 것입니다.
건설사별로는 지난해 1월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이 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시공능력평가 순위 3위인 DL이앤씨에서 5분기 연속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작년 한해만 하더라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A노선 민간투자시설사업 건설공사(3월) △과천지식산업센터 신축공사(4월) △안양 냉천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8월) △고속국도 제29호선 안성-성남간 건설공사 제9공구(10월) 등 매분기마다 사고가 발생하면서 총 5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대우건설에서는 △해운대 우동 주상복합 신축공사(4월) △인천 서구 루원시티 주상복합 신축공사(7월) △인천 서구 한들구역 도시개발 부지조성공사(8월)에서 총 3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SGC이테크건설, 계룡건설산업에서도 각각 3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밖에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 DL건설에서는 각 2곳의 사업장에서 총 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삼성물산, GS건설,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에서는 1명의 사망사고가 나왔습니다.
현장 적발 지적사항도 늘어…"패러다임 전환 필요"
현장 불시 점검에서 적발된 부실사항도 늘어났습니다. 국토부가 직전분기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작년 상반기까지 현대건설, DL이앤씨, 한화 건설부문 등 모두 267곳의 현장에서 총 449건의 부실사항이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지적건수는 작년(307건)보다 46% 증가한 규모입니다.
현재 국토부는 작년 4분기에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형건설사와 관련 하도급사의 소관 건설현장에 대해 오는 3월까지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사망사고가 많은 DL이앤씨와 SGC이테크건설의 현장에 대해선 집중·정밀점검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법 위반에 대한 법리적, 실무적 해석을 놓고 이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사고예방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총 229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 재해에 대해 34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기소건은 11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까지 재판결과가 나온 사건은 없으며, 사건처리율은 22.7%에 그쳤습니다.
영업정지 처분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해 입찰참여제한이나 영업정지와 같은 중징계를 받더라도 법원에 처분취소 소송과 집행정지가처분 등을 신청해 ‘시간 끌기’를 할 수 있어섭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따내는 등 신규 수주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건설현장의 작업환경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자기규율·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경영책임자 책임은 대폭 강화됐지만 효과는 물음표”라며 “산업안전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건설 안전문화 조성은 타율이 아닌 자율에 기반하여 조성돼야 하고 특정 주체가 아닌 모든 주체의 참여와 협업, 공감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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