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도 5년간 4조 썼는데…제4이통 자본금 '4천억'
"스테이지엑스 자본금 최소 1조 확보돼야"
자본금 4천억 계획에 "확보금액 사실상 1천억"
정책금융, 자본금 확충 수준과 연계 필요
정책지원 로밍제, 등록조건 부여 주장도
2024-04-15 12:32:38 2024-04-17 15:45:15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제4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가칭)가 이동통신시장 경쟁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율이 43.2%로 급성장할 당시에도 LG유플러스(032640)의 전신인 LG텔레콤은 5년간 설비투자(CAPEX)와 마케팅비로 약 4조원을 투입했는데, 인구 대비 보급률이 높은 현재의 시장에서 스테이지엑스가 잡은 자본금 4000억원은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서 자리잡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소비자후생증대·경쟁활성화·산업발전 관점에서 28㎓ 신규사업자의 자격과 요건'을 내용으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정훈 청주대 회계학과 교수는 "경쟁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제4이통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당장은 힘들지라도 4~5년 안에 최소 1조원은 확보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자본금 확충과 투자 이행을 확인해 가며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5일 국회에서 진행된 28㎓ 신규사업자의 자격과 요건 세미나.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본금은 4000억원을 서비스 개시 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스테이지엑스 사업추진단 대표인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는 "자본금 1000억원을 마련했고,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 서비스 개시 전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2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며 "추가 투자 확대 시 시리즈B 투자도 받을 계획"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정훈 교수는 "현재 확보된 자본금은 사실상 1000억원에 불과하다"며 "과거 우리 시장 경험에 비춰볼때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LG텔레콤 서비스가 개시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율은 43.2%로 급성장했는데요. 이후 2009년까지 가입자 증가율은 6.5%로 낮아졌습니다. 지난해 휴대폰 가입자 수 증가는 1.2%에 그친 상황입니다. 2021년 말 기준 추계인구 대비 이동통신 보급률은 140.8%에 달했죠.  
 
정훈 교수는 "LG텔레콤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설비투자로 2조4300억원,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마케팅비로 1조5300억원을 투입한 결과 가입자 428만명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제4이통 사업자가 제시한 자본금과 설비투자 6128억원으로 타사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지, 경쟁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동일면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5G는 더 많은 기지국이 확보될 필요가 있고, 성장이 정체된 시장에서 후발사업자는 기존 사업자보다 더 많은 마케팅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는 "제4이통으로 정책자금 손실이 발생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4이통 자본 참여자들이 리스크를 지니고 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훈 청주대 교수 발제문 일부. (자료=정훈 교수)
 
이에 스테이지엑스의 기간통신사업 등록 시 정부가 조건 부여 권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스테이지엑스가 자본 확충과 투자 집행을 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6조제2항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기간통신사업의 등록을 받는 경우 공정경쟁 촉진, 이용자 보호, 서비스 품질 개선 등에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는 내용도 있죠.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금융 제공 규모를 스테이지엑스의 자본금 확충 수준과 연계하거나 일정 시점까지 주요 주주의 주식 매각이나 인수합병(M&A)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정부의 정책지원 중 하나인 로밍제도도 일정 기간으로 제한하는 등록조건이 부과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로밍제도는 신규사업자가 전국망을 구축하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기존 사업자 통신망을 이용하는 제도죠. 신규사업자의 전국망 구축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요. 통신3사와 알뜰폰 사업자 등 기존 사업자들과 형평성 차원에서 조건부 허용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안정상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전국망 구축을 전제로 제공한다는 로밍 이용조건과 알뜰폰과 동일 수준으로 설정하는 등 적정 로밍대가 설정에 대해 등록조건을 부여해야 한다"며 "로밍 이용에 대해 일정 기간으로 제한하는 등록조건 부과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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