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된 서울 땅값…분양가 잡기 '난항'
분양가 중 땅값 비중 70% 넘어…분양가도 연일↑
"공사비 잡는다지만"…땅값 올라 정책효과 '물음표'
2024-10-17 16:37:58 2024-10-17 17:46:48
 
[뉴스토마토 송정은·홍연 기자] 정부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서울 아파트 분양가를 잡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공사비는 물론 대지가격(땅값)도 크게 오르고 있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문가들도 분양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땅값 오름폭이 높아 분양가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분양가 큰 비중 차지하는 땅값 연일 '상종가'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9월 민간아파트 분양가 중 대지비 비율'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 중 대지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74%로 나타났습니다. 전달 62% 대비 10% 이상 급등했으며 지난해 9월 50%보다는 25% 가량이 늘어난 겁니다.
 
HUG의 ‘분양가 중 대지비 비율’은 매달 HUG의 분양보증을 받은 30가구 이상의 민간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것입니다. 아파트 분양가는 건축비와 택지비로 구성되는데 택지비는 순수 대지비용(민간은 감정평가액)에 가산비(연약지반보강, 흙막이, 특수공법 등)를 더한 금액으로 결정합니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지난달 서울의 분양가 중 대지비 비율이 급등한 이유는 한강변과 강남권 등 땅값이 비싼 지역에 신축 아파트가 연이어 분양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1025.6대 1을 기록했던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단지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무려 6530만원에 달했습니다. 전용면적 59㎡(25평)는 16억원대, 전용 84㎡(34평)는 22억원대에 분양한 겁니다. 
 
역시 비슷한 시기 분양한 '청담르엘'의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가 7209만원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단지 중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꼭 선호입지가 아니더라도 서울 내 땅값은 크게 오르는 추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주거용 토지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8월 해당 지수는 101.771을 기록했습니다. 주거용 토지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을 기준(100)으로 이후 지가 변화를 지표화 한 것입니다. 즉 지난해 12월에 비해 서울 주거용 토지가격이 1.771%가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또 8월 지수는 한 달 전인 7월 대비 0.285%가 올랐습니다. 
 
땅값 오르자 분양가도 '쭉쭉'…분양가 잡기는 '요원'
 
토지비가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만큼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연일 상종가를 달리고 있습니다. HUG의 9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1338만3천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월의 1304만3000원 대비 2.61%, 전년 동월의 969만7000원 대비 38.00% 올랐습니다. 3.3㎡당으로 환산하면 4424만1000원에 이릅니다. 기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7월(㎡당 4401만7000원)보다도 22만4000원이 올랐습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양가 상승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금액은 택지비(땅값)와 건축비(공사비)로 구성되는데 땅값은 현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요인이 없다"며 "건축비는 물가가 반영되는 금액인데 지금까지 건축비에 물가가 제대로 반영된 경우는 없다. 공사비를 구성하는 실물가격과 인건비가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억지로 분양가를 내리려고 하면 정비사업에서 조합원들의 부담이 올라가면서 현 정부의 정비사업 활성화 기조와도 맞지 않게 된다.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10월 2일 공사비 3대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공사비 상승률을 2% 내외로 관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재비와 인건비, 공공조달 등 공사비 3대 안정화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정부의 공사비 안정화 정책 발표에도 분양가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입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 관련 규제 강화,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로 인한 건설 안전·품질 보장으로 인해 건설단가는 매우 높아져 있다"며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주택공급확대도 분양가를 잡는데 큰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다. 공급단가가 낮아지지 않아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마이너스가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위원은 "정책적 노력뿐 아니라 건설자재의 유통경로 다변화, 투명성, OSC(제조기반건설)의 확산과 건설기술 발전으로 연구개발 투자 꾸준히 진행해야 관련 비용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송정은·홍연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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