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이혼, 대법원서 운명 결정
심리불속행 기각 →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전략
"파기환송만 돼도 최 회장 승리"
'SK주식·비자금 진위 여부' 등 쟁점 수두룩
2024-08-07 15:51:07 2024-08-07 15:52:51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상고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며 반격을 꾀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 측이 주력하는 부분은 '노태우 비자금 메모'의 진위 여부와 이에 따른 노 관장의 재산 기여도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우선 심리불속행 기각부터 넘어야 할 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이 제시한 상고이유서가 법리적 문제를 얼만큼 정확하게 지적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가사소송을 주로 맡는 한 변호사는 7일 "상고이유서만 500페이지라는 점을 미뤄보면 판결 논리 중 쟁점을 다 짚었을 것"이라며 "특히 2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판결문을 경정한 부분을 집중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법원 사건 중 심리불속행 기각은 9대1이나 나올 정도로 많지만, 해당 사안은 천문학적 재산 분할이 달려있는 만큼 심리불속행 기각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법조계에선 최 회장 측이 심리불속행 기각은 피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끌고가는 방향으로 전략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심리불속행 제도는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을 별도의 심리 없이 기각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당초 2심 재판부의 경정 등의 이유로 심리불속행이 기각이 어렵지 않게 이뤄질 것이란 시각이 제기됐으나, 재산 기여도 등의 복잡성으로 인해 이 조차도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단 의견이 제기되면서 최 회장 측의 법리적 접근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 회장 측의 상고이유서에는 SK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는지와 최 회장이 2018년 친족들에게 증여한 SK지분이 재산 분할에 해당하는지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한 변호사는 "보통 심리불속행은 재판연구관들이 판단하는데, 재산분할의 대상과 약속어음의 법적성질, 의사표시에 대한 법률적 해석 등이 다양하게 얽혀 있어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얻어내는 게 1차 관문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또다른 변호사는 "본질은 이혼소송이라는 점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다"며 "최 회장 측에서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1심의 판단 논리로 가는 전략을 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파기환송되면 2심 판단의 논리는 사라지기 때문에 1심 판단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파기환송만 되면 최 회장 측이 이기는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 회장은 2022년 1심에서 노 관장 측 요구보다 훨씬 적은 재산분할 665억원, 위자료 1억원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최 회장 측은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후광이 SK그룹의 성장에 유무형의 기여를 했단 점도 적극 반박하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지분으로 그룹이 발전했다는 2심 재판부의 논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그룹 이미지 실추를 비롯해 향후 과세 문제 등 기업 경영에 발목 잡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됩니다.
 
상고이유서에도 '6공 특혜로 SK 그룹이 성장했다'는 논란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한 2심 법원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심 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SK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 노 관장이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비자금 300억으로 지금의 SK가 성장했다는 논리는 중간이 너무 붕뜬 논리적 비약이 있다"며 "종잣돈의 기여분을 인정하더라도 위자료 비율이 너무 쎄고, SK그룹의 기여도나 구성원들의 노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전향적인 판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또다른 변호사는 "사실상 2심에서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단 점에서, 최 회장 측에 쉽지 않은 재판 과정이 될 것"이라며 "사법부 내에서 SK측이 2심 재판부 경정 문제 등을 여론화한 데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2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천문학적 금액이 걸린 만큼 3라운드인 대법원 판결을 두고 양측의 공방은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입니다.
 
최 회장은 유력 대법관 후보로 거론됐던 홍승면(60·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습니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홍 변호사는 법리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노 관장은 법무법인 하정에 소속된 최재형(68·13기) 전 국민의힘 의원을 선임했습니다. 서울가정법원장을 지낸 최 전 의원은 재판 업무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법원서 뒤집기 승부를 보려는 최 회장은 법리에 밝은 홍 변호사를, 조강지처로 이혼소송임을 강조하는 노 관장은 가정법원장 출신인 최 전 의원을 선임한 것만 봐도 양측이 주력하는 부분이 크게 다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했습니다. 양측의 이혼 소송은 특별3부에 임시로 배당된 상태로, 상고이유서가 접수된 만큼 조만간 정식 재판부를 결정될 예정입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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