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마지막 대정부질문이 규탄으로 가득 찼습니다. 의료대란에 대한 정부 반성은 일절 없었는데요. 의료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이 돌아왔을 뿐입니다. 오히려 정부는 "가장 큰 책임은 전공의에 있다"고 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이 죽어나가? 그건 가짜 뉴스"
9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교육·사회·문화 분야)에서 '대책'은 전무했습니다. 오히려 의정 갈등에 불을 지피는 발언이 난무했는데요. 정부는 2025년 의대 증원은 논의 대상이 아니고, 2026년 의대 증원은 '의료계가 먼저 답을 가져와야' 이야기해볼 수 있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대란에 정부 책임이 있다'는 지적마다 즉각 반발했습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의대 정원을 매년 5%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정부가 설정한 증원 규모(2000명)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짚었는데요.
이에 한 총리는 "어떤 속도로 증원하느냐는 정책 당국자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해당 보고서도 2035년까지 1만명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한 총리는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엔 "잇따른다는 표현은 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한 총리는 의료대란 사태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할 뜻이 없다'는 걸 분명히 했는데요. 의석에서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소리치자, 한 총리는 "어디에 죽어나가냐. 그건 가짜 뉴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발언에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어디서 가짜뉴스라고 그래',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왜 귀를 막고 있는 거야' 같은 격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그럼에도 한 총리는 "국민에게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한 총리는 의료계가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책임자 문책'에 대해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을 왜 끌어내리려고 하냐"며 "본인들이 이미 다 사과했다"고 말했습니다.
"전공의가 의료대란에 가장 큰 책임"
한 총리가 질의자 말을 끊고 들어오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날 대정부질문에선 야당 의원들의 고성이 터졌는데요.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한 총리에게 재차 주의를 당부할 정도였습니다.
한 총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야당도 협조해달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정부의 의료대란의 책임을 따져 묻자, 한 총리는 "가장 큰 책임은 전공의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백 의원이 '전공의에게 가장 큰 책임 있다고 한 게 맞냐'고 묻자, 한 총리는 "첫 번째 책임이 있다"고 또 한 번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어디에도 중증 환자를 떠나는 의료파업은 없다. 사실을 감추려고 하지 마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백 의원은 "총리가 전공의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태도를 갖고 있는데, 의료계가 협의체에 들어오겠냐"며 "저기 앉아 있는 국민의힘 의원도 가슴 치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두 사람 간 논박이 고성으로 이어지는 사이, 야당 의석에선 야유가 쉼 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한 총리는 남인순·백혜련 의원과 '응급실에서 죽어 나간다'는 표현을 두고 다퉜습니다. 한 총리는 "어떻게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느냐"며 "응급실에서 24시간 헌신하고 있는 전문의와 간호사 등을 서운하게 하는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백 의원은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대변하는 표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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