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 희망고문)①기약없는 착공 소식…속타는 주민들
위례신사선·서부선 사업자 선정 난항
2024-10-16 17:00:00 2024-10-16 17:30:58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교통편의 개선과 지역발전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경전철 사업이 기약 없이 미뤄지며 주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수주 당시의 낮은 공사비와 사업성 부족으로 첫 삽도 못 뜨고 있는데요.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경전철노선 9개 중 위례신사선과 서부선은 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으며 일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와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을 잇는 경전철 노선으로, 2008년 위례신도시 기획 단계부터 추진됐지만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채 16년째 표류 중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4일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사업자 모집을 위해 2차 재공고(3차 공고)에 나섰는데요. 저가 발주 논란에 따른 거듭된 유찰을 피하고 새 사업자를 찾기 위해 사업비를 775억원 증액하고 참여 자격요건도 완화했습니다.
 
위례신사선은 사업성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최초 민간사업자인 삼성물산은 사업성을 이유로 2016년 손을 떼고, 이후 우선협성자로 선정된 GS건설 컨소시엄도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2020년 GS건설 컨소시엄은 3200억가량을 저가 입찰해 1조1597억원에 낙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해 공급망 타격으로 원자재 값과 금리 인상으로 비용이 급증하며 사업 여건이 악화했습니다. 
 
GS건설 컨소시엄과 서울시는 2년여 동안 공사비 증액 문제에 대해 협상을 진행했는데요.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고, 올해 5월 열린 민투심 소위원에에서는 논의 안건으로조차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실시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라 물가 상승분을 사업비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반영할지 적정한 기준도 없는 상황이었죠. 결국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다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2013년 입주를 시작하며 건설비 명목으로 가구당 700만원씩 총 3100억원의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을 냈지만 10년이 넘도록 표류하며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사업지연으로 집값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위례신사선 위례중앙광장역(가칭) 인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위례중앙 푸르지오 2단지’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6일 15억4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 2022년 5월 역대 최고가인 18억5000만원 대비 3억1000만원 하락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현실적 사업비 기준 적용해야"…정부 대책 통할까 
 
사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현실적인 사업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데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자 공모가 다시 유찰된 것과 관련해 "핵심 원인은 총사업비와 관련된 기획재정부의 결정이 현장의 목소리를 도외시한 데에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오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기재부는 민자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총사업비를 결정하는 데 있어 현장의 기대와는 많이 다른 기준을 제시해 왔다"며 "작년에는 총사업비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을 민간투자 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 직전에 바꿔버리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시장에서 통하기 어려운 기준을 적용해 주요 건설사들이 참여를 포기하게 된 계기가 됐고, 사실상 사업은 진행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했습니다. 
 
서부선은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으나 공사비가 급등하며 컨소시엄 건설 투자자(CI)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손을 뗐습니다. 현재 민간투자 사업에서 공사비 증액 기준을 현실과 격차가 큰 소비자물가지수로 삼고 있는데요. 정부는 지난해 10월에는 착공 이후 단계에 한해 공사비 증액에 GDP 디플레이터도 고려해 공사비를 증액도록 한 데 이어 최근 발표한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통해 수익형 민자사업(BTO)의 경우 최대 총사업비의 4.4%까지 사업비를 총사업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 원하는 인상분 과는 여전히 괴리가 큰 상황입니다. 최근 3년간 공사비 상승률은 연평균 8.5%인데, 최고 4.4% 증액으로는 공사비 인상 부담을 해소하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사업비에는 공사비 외에도 조사비, 설계비, 보상비, 운영설비비 등이 포함됩니다. 위례신사선은 GS건설이 사업 포기 이전까지 서울시에 1000억원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4.4%(775억원)가량 오른 금액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죠. 업계 관계자는 "총사업비에 대해 협상의 폭을 넓히는 조치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공사비가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라 체감도는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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