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찬바람 언제까지…"돌파구가 안보인다"
롯데·신세계·현대·신라면세점 3분기 나란히 적자 기록
경영체제 전환 및 긴축 통한 수익성 개선 작업 몰두
공간경제력 및 매장 레이아웃 통한 재구성 필요성 제기
2024-11-15 17:11:16 2024-11-15 17:43:49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국내 면세업계가 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주요 업체인 롯데·신세계·현대·신라면세점 모두 올해 3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 인데요. 의존도가 높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면서 대량 구매를 이어갔던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에 대한 수요도 크게 떨어진 상황입니다. 개별 중심으로 관광 형태가 바뀐 점도 실적부진에 한 몫하고 있어 공간 경쟁력과 매장 레이아웃을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3분기 면세사업부 매출 7994억원, 영업손실 46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 상승했지만 손실 폭이 무려 369.4% 증가했는데요. 메꿔지지 않는 실적에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하고 조직 슬림화와 임원 급여 및 업무추진비 삭감, 특별 조기퇴직 프로그램 등을 단행하며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내부 전경. (사진=이지유 기자)
 
현대면세점의 3분기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3.9% 감소한 2282억원, 영업손실은 80억원으로 적자전환했으며 신세계면세점도 3분기는 영업손실을 162억원 기록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295억원이나 줄었는데요. 호텔신라 면세 부문 매출은 8448억원으로 0.1% 감소했는데 국내 시내 면세점 매출이 8.2% 늘었으나 공항점 등 매출이 5.7% 줄었고 면세 부문 영업 손실은 387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습니다. 
 
9월 누적 방한 외래객 1214만명…면세점 수요 회복은 더뎌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수는 약 146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9월 약 145만9600명보다 0.3% 늘어난 수치인데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방한객수는 121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7% 증가했으며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도 93.8% 증가했습니다. 국내를 방한하는 외국인 수는 회복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면세점을 찾는 수요는 더딘 상태인 것 인데요.
 
구매력이 높은 중국 보따리상과 유커가 줄어 들고, 개별 관광객이 늘어난 배경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관광객들이 이제는 면세점 대신 지역 인기 팝업스토어나 유명 체험형 매장 등을 찾으며 실속파 여행객이 증가한 것도 실적부진의 일부 단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거기에 인천공항 정상 매장 확대에 따른 임차료 비용이 늘고, 근본적으로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의 현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점도 한 몫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이제는 생존경쟁으로 인한 자구책 마련이 절실해지면서 업계는 희망퇴직 및 임원 급여 삭감 등 고강도 비용 절감 작업에 속속 착수하고 있습니다.
 
롯데·신세계·현대·신라면세점 3분기 실적표 (그래픽= 뉴스토마토)
 
롯데면세점은 이미 지난 8월 희망퇴직을 시행한 상태이며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오는 2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사내 게시판에 공지했습니다. 신세계디에프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은 2015년 창사 이래 처음입니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희망퇴직과 더불어 유신열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7∼8명은 이번 달부터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한 것 인데요.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임원 급여 반납은 2020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현대면세점은 대표이사와 사명에 이어 브랜드 아이덴티티(BI·사진)까지 다바꿔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데요. 실적부진 탈피를 지난 7월 현대백화점면세점에서 현대면세점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최근 이뤄진 그룹 정기인사에선 면세 전문가로 꼽히는 박장서 영업본부장이 신임 대표로 승진시키며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이어 중국의 경기 둔화, 고환율, 소비 트렌드 변화 등의 어려운 여건 속에 경영 체질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여 지속 성장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면세업체의 움직임을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면세업계가 어려운 이유는 첫 번째로는 일명 다이궁이라고 하는 보따리상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부분과 더불어 중국 경제가 어려워 지면서 명품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며 "면세업계 전반적으로 변화가 필요한데 이제는 명품보다는 외국인들한테 인기가 많은 K뷰티, K식품과 같은 전반적인 매장 레이아웃을 통해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인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바뀌면서 관광자체가 K문화 체험형 관광으로 패러다임이 변화가 되었는데 시내면세점 매장을 재구성하는게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면서 "이제는 상품보다는 다른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경쟁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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