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동력을 잃을 전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이어 탄핵 소추안이 국민의힘 불참으로 폐기되며 정국이 격랑에 휩쓸린 가운데 국무위원 전원이 사임을 표명하는 등 사실상 무정부 사태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9일 산은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4일 '산은 이전 강행 주범, 윤석열은 당장 퇴진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노조는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발표된 이 성명서를 통해 "윤 대통령의 사상 초유 비상계엄 선포가 산업은행 이전 강행과 놀랍도록 닮아있다"며 "산업은행 이전 강행을 경험한 노조는 윤석열 퇴진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산은 불법 이전을 추진하던 윤석열의 위법 행위가 도를 넘었다"며 "본인의 무능력과 측근 범죄 행위를 감추기 위해 국민을 볼모로 삼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윤석열 경제교사'로 알려졌던 강석훈 산은 회장이 부산 이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노조는 강 회장 취임 때부터 줄곧 산은 부산 이전 반대 입장을 펴왔습니다. 강 회장 취임 당시 본점 이전 추진과 관련 특명을 받고 온 '낙하산 인사'라며 15일간 출근 저지 시위를 했고, 1인 시위, 반대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노조는 국회가 산은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서울시에 위치해야 하는 산은을 부산에 이전하려는 행정절차 진행이 불법·탈법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등 17명 의원이 발의한 '산은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산은 부산 이전과 관련, 노사 간 협의는 올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지난 5월 진행한 노사협의회가 강석훈 회장과 노조 사이 마지막 대화의 장이었습니다. 지방근무자 합숙환경개선, 출산휴가일수 확대 등 일반적인 사안만 논의했을 뿐입니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초반까지 내려간 올해 중반에도 강 회장은 산은 부산 이전과 관련해 '본인은 어쩔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고수해 왔다"며 "윤석열정부에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속해서 건의했으나, 검토가 제대로 이뤄진 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하반기부터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산은 부산 이전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 일정이 계속 연기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특히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내외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이르면서 윤석열정부 국정 운영 동력이 완전히 상실했다는 평가입니다.
이 관계자는 "탄핵이 부결됐어도 말도 안 되는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정부나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의힘이 국정을 운영할 동력은 없을 것"이라며 "산은 노조는 윤석열정부 출범 때부터 3년 가까이 싸우고 있는 만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 상급단체와 정권 퇴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비상시국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에 임하고 있다. (사진=한국산업은행 노동조합)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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