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생만 외치고 규제 완화 '요원'…카드·보험사 부담 역대급
2026-03-31 14:19:26 2026-03-31 18:21:54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정부가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금융권에 추가적인 상생금융을 요청했습니다. 카드·보험업계에서는 업황 부진 속에서 규제 완화는 없이 부담만 가중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카드·보험업계를 소집해 고유가 대응을 위한 소비자 지원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업권별로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요청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주유비 부담 완화를 위해 기존 리터당 40~150원 수준의 할인에 더해, 일정 금액 이상 결제 시 추가 할인이나 캐시백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최근 기름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리터당 정액 할인 방식의 체감 혜택이 줄어든 점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이와 함께 주유 특화 카드의 연회비 부담을 낮추고, 화물차 할부금융 상품에 대해 최대 3개월간 원금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보험사들은 3개월간 보험료 납입 유예와 보험금 신속 지급, 보험계약대출 이자 상환 유예 등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손해보험사는 차량 5부제 참여로 운행량이 줄어들 경우 사고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해 자동차보험료 할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한 고유가 영향을 크게 받는 영업용 차량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우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위 압박에 카드사와 보험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하는 분위기입니다. 카드사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로 수수료 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다 6·27 부동산 대책 여파로 카드론 수익성까지 저하된 상황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민생 지원 쿠폰 지급 당시에도 낮아진 수수료율로 적자를 감수하면서 상생기금을 조성했던 만큼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 역시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추가적인 혜택 제공 요구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상생을 강조할 때마다 정작 부담은 금융사에만 전가하는 구조"라며 "미래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규제 완화는 요원하면서 매번 상생만 요구해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험사도 2022년 이후 4차례 연속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대형사들의 자동차보험 부문이 모두 적자로 전환하면서 추가적인 보험료 인하 여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삼성화재(000810)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익은 1461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DB손해보험(005830)은 666억원, 현대해상(001450)은 926억원, KB손해보험은 792억원 각각 적자를 냈습니다. 자동차보험 점유율 약 85%를 차지하는 대형사 네 곳이 모두 적자를 기록한 모습입니다.
 
손보사는 5년 만에 자동차보험료를 1% 초중반 수준으로 인상했지만, 금융위 압박으로 일부를 다시 인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여기에 보험금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을 준비했던 '8주 룰'도 한의학계와 소비자들의 강한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올해 초 도입을 예정했으나 내달 시행으로 미뤄졌고, 또다시 연기되면서 보험업계 내부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상생을 강조할수록 금융사들의 부담이 계속 커질 것"이라며 "특히 중소형 보험사들은 경영 여건이 열악해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추가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보험료를 인하하더라도 지원 대상이 많으면 금융사의 부담은 크지만 소비자가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면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공은 정부가 가져가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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