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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10대그룹'..회장님 리스크에 '살얼음'
이건희 회장 상속소송 승소..'상처뿐인 영광'
김승연 회장 이어 최태원 회장마저 법정 구속..SK '패닉'
2013-02-01 17:55:00 2013-02-02 12:00:10
[뉴스토마토 김기성·곽보연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상속소송,  최태원 SK 회장 4년 실형에 법정 구속, 김승연 한화 회장 4년 실형에 법정 구속, 국정감사 불참으로 정치권 타깃이 된 신동빈 롯데 회장, 거취 불안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
 
국내 10대 그룹이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회장 리스크로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한 분위기다. 경제민주화 요구와 맞물려 총수 일가의 리스크가 급부상하면서 사업 계획 차질 등 그룹 전체의 발목마저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경제민주화에 코 앞으로 다가온 정권 교체라는 '변수'로 정치권이 재계를 주무르는 형국이라는 평가다.
 
우선 1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삼성가(家) 상속소송 논란이 법원 1심 판결로 일단락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이날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을 상대로 제기한 유산 일부 반환소송(주식인도 청구소송)에서 이건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건희 회장의 승리지만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특히 양측이 주고받은 막말 공방은 부메랑이 돼 이건희 회장과 삼성을 압박했다. "한 푼도 내줄 생각이 없다", "감히 '건희, 건희'라고 할 상대가 아니다", "제낀 자식" 등의 이건희 회장 발언이 여과 없이 전해지면서 여론은 들끓었다. 끝내 이건희 회장이 비난 여론에 굴복, 사과를 남긴 뒤 유럽으로 외유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후 과정도 험난했다. 이병철 회장의 추도식을 놓고 삼성과 CJ(001040)가 감정싸움을 벌이며 전면전에 돌입했다. 선영 출입로를 놓고 양측이 격하게 대립하면서 국민들 시선은 더없이 싸늘해졌다. 제사상으로까지 번진 형제 간 싸움에 반재벌 정서만 강화되면서 재벌개혁으로 대표되는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으로 삼성가의 장손이다. 상속소송이 불러온 화(禍)는 끝내 삼성과 CJ의 결별로 이어졌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서울 최고의 사립 명문 영훈 국제중학교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규정 위반은 없었지만 국민 정서를 자극하면서 우리사회 지도층의 부도덕성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삼성으로선 크게 당혹할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실적 고공 행진의 이면에 가린 그늘이었다.
 
전날에는 SK(003600)가 직격탄을 맞았다. 최태원 회장(사진)이 횡령 등의 혐의로 1심 재판부에서 4년 실형이 선고, 법정 구속되면서 하루아침에 '초상집'으로 변했다. 법조계는 물론 모두의 예상을 깬 결과였다. 특히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해 그룹 체계를 기존 수직적 위계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전환, 지배구조에 있어 일대 혁신을 가져온 데 이어 최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초강수마저 던졌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또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불화가 외부로 새어 나오면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8월엔 김승연 한화(000880) 회장이 배임 등의 혐의로 4년 실형에 벌금 51억원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벌그룹 총수에 관행처럼 적용되던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을 낳으면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데 따른 역작용이었다.
 
경제민주화 광풍이 재계에 몰고 온 후폭풍에 한화는 휘청댔다. 수장을 잃자 야심차게 추진하던 이라크 재건사업과 태양광 투자 차질도 예상된다. 2043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며,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 한화는 또 다른 카드를 준비하며 다가올 2심을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수감 중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기도 했다.
 
유통재벌 롯데 또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지난해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 여야 출석 요구에도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들이 불참, 정치권을 자극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의 단초가 됐던 골목상권 침해를 낳은 만큼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유통그룹들을 손보겠다며 단단히 벼르는 분위기다. 롯데의 무분별한 시장 유린은 다른 재벌그룹들에게 불똥이 튀며 원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비록 10대그룹은 아니지만 신세계 또한 최근 노조 설립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내용의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총수 비리와는 관계 없지만 포스코(005490)도 정권교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정권교체와 맞물려 당연하듯 회장이 교체되면서 정준양 회장의 거취에 대한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정 회장이 현 정부 영포라인(박영준)을 배경으로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등 회장직에 오르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점에서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내심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정치권력의 변화에 따라 함께 부침하는 포스코의 잔혹사가 재연될지 재계의 긴장감도 덩달아 커졌다.
 
한진(002320) 또한 갖은 구설에 오르며 여론의 집중공격 대상이 됐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로 희망버스까지 등장, 조남호 회장이 국회 청문회장에서 고개를 숙인 데 이어 형제 간 다툼도 아직 정리되지 못했다. 조중훈 선대회장 타계 후 유산 문제를 놓고 조양호 회장과 조남호 회장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계열분리 문제를 야기했으며 최근엔 서귀포 칼호텔 인근의 땅을 놓고 양측이 법정으로까지 싸움을 확대했다.
 
이밖에 GS(078930)는 허창수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이끌면서 재계를 한 데 아우르지 못한 것을 놓고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자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현대중공업(009540)은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정치행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반면 현대차(005380)와 LG(003550)는 총수 리스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비정규직 문제가 여전히 골칫거리로 작용, 정몽구 회장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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