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입법조치 기다리다 소송 늦어..소멸시효 완성 안돼"
법원, '영암군 민간인 희생자' 유족에 1억700여만원 국가배상 판결
2013-07-13 12:00:00 2013-07-13 12:00:00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진실규명' 결정이 나왔는데도 국가의 입법조치를 기다리다 소송을 늦게 냈다면, 이를 감안해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합의5부(재판장 권택수)는 박모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국가는 1억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2008년 12월 30일 박씨에 대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이뤄졌고, 박씨는 그로부터 꼭 3년이 되는날인 2011년 12월 29일에서야 소송을 냈다"면서 "한편 위원회는 국회와 대통령에게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여러 번 건의했고, 2011년 11월 '민간인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가 폐기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박씨로서는 국가가 피해보상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다가 소송을 뒤늦게 내게 된 특수한 사정이 있었고 진실규명 결정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소송을 냈으니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국가는 과거사정리법을 통해 수십년 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다시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게 피해회복 조치를 하겠다고 하면서, 실행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며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새삼 소멸시효를 주장해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불법행위의 내용과 정도, 중대함 등을 고려할 때 희생자 박씨에게 8000만원, 유족에게 각 400~1000만원 정도의 위자료가 적당하다"며 위자료 산정이유를 밝혔다.
 
앞서 1심은 "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2008년 12월30일에는 소송을 낼 자료가 대부분 확보돼 있었다"며 "박씨가 소송을 내기 위해 별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만큼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됐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직후, 국군과 경찰은 지난 1950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공비 토벌작전'이라는 목적 아래 영암군 지역 주민 수백명을 집단 사살했다.
 
이후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 12월 30일 영암군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사건을 조사한 결과, 박씨의 친형을 비롯한 민간인 234명이 '빨치산, 부역혐의자' 내지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군 등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박씨의 유족은 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일로부터 3년이 되는 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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