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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칠 뻔한 '새정치'
어설픈 우클릭이 통합 분위기에 찬물 끼얹어
2014-03-19 15:07:18 2014-03-19 15:11:29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 과정에서 정강정책 논란이 불거져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여겨지던 통합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형국이다.
 
19일 김한길·안철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한목소리로 새정치연합 측이 신당의 정강정책에서 6.15·10.4 공동선언과 4.19, 5.18을 삭제하자고 요청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안철수 위원장(사진)은 삭제 요청은 "사실이 아니다. 공동위원장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거나 논의된 적이 없다"라면서 "제 역사인식은 확고하다"라고 강조했다.
 
(사진=박수현 기자)
 
안 위원장은 "4.19와 5.18은 명확한 역사의 평가가 이뤄진 한국 현대사의 성과이자 이정표다. 6.15·10.4 공동선언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우리가 앞으로 계승해야 할 소중한 가치"라고 분명히 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어제 밤에 안 위원장과 만나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정책 관련 문제에 대해 의논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신당의 투톱을 맡고 있는 김·안 공동창준위원장의 적극 진화로 민주당 인사들의 반발을 야기했던 정강정책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소동으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의 이질점이 확인된 만큼 남은 창당 과정에서는 물론 신당 출범 이후에도 내부에서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급부상했다.
 
새정치연합 측은 남북관계에서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로 볼 수 있는 6.15·10.4 공동선언을 명문화하지 말자는 이유로 박정희 정권의 7.4 남북공동성명과의 형평성을 들었다.
 
아울러 회고적으로 특정 사건을 나열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는 4.19와 5.18을 정강정책에서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
 
민주당의 정강정책에서 계승을 적시하고 있는 6.15·10.4 공동선언과 4.19, 5.18을 삭제하자는 새정치연합의 요청은 중도적 색채를 분명히 함으로써 지지층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안철수 위원장이 지난 국립현충원 참배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고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참배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지만 민주정부 10년의 유산인 6.15·10.4 공동선언을 신당의 정강정책에서 빼자고 한 것은 김대중·노무현 지우기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몰이해로 비쳐져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야권을 상징하는 도시인 광주의 5.18 민주화운동과 현행 헌법도 그 정신의 계승을 적시하고 있는 4.19 삭제 요청 역시 논란을 자초한 대목이다.
 
또 논란이 확산되자 "사실은 그게 아니다"라는 식으로 황급히 해명할 거였으면 애초 정강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제된 언어로 분명한 입장을 전달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연을 넓힌다는 이유로 우클릭 정강정책을 거론하던 새정치연합은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칠 뻔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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