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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밀실주의'에 불신 커져
미국·캐나다, 방어서면까지 즉시 공개
"FTA 등 통상협정서 ISD 제외해야"
2015-05-25 18:00:00 2015-05-25 18:00:00
론스타와 아부다비 국제석유공사(IPIC) 등 두 건의 ISD 소송에서 정부는 모두 비공개주의를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5일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가 국민의 혈세가 걸린 문제를 감추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2일 론스타 문제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일부 공무원의 잘못으로 5조원이 넘는 세금이 해외로 유출될 위기에 처했지만 정부는 국민들은 그 내용을 알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는 엄연한 세금 도적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김기준 새정치민주엽합 의원과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론스타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제 단심제에 회부됐을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알리고 상대방과 판정부에 제출한 방어서면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미국과 캐나다 사례와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태도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중재판장부가 기밀유지명령을 내리기도 하지만 이 때는 소송 당사자가 영업비밀로 지정한 내용만 비공개되고 나머지는 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론스타가 영업비밀로 지정한 것이 있는지조차 알리지 않고 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국제중재절차가 보장하는 참관을 신청했지만 당사자들이 찬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간접적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한국 정부가 참관을 거부했고 6월 2차 중재 때에도 정부는 참관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론스타와 모종의 합의를 했기 때문에 ISD 과정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살때부터 팔때까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인 것을 정부가 알고도 묵인했다는 것.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넘기는 과정에서 산업자본임을 문제 삼지 않는 대신 가격을 낮추는 협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점을 소송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있다"며 "당시 매각 실무를 담당했던 경제금융관료들이 이번 중재소송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점이 소송의 진행경과와 무관하지 않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론스타 뿐만 아니라 아부다비 국제석유공사(IPIC)가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발송한 국제중재회부 예고서와 이란의 엔텍합그룹이 지난 2월19일 청와대에 보낸 국제중재회부 예고서도 모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모든 통상협정에서 ISD 제도를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2일 토론회에서 "FTA에서 가장 위험한 조항이 ISD"라며 "많은 분야에소 소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론스타에서 시동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와 론스타의 ISD 소송이 앞으로 한미간 극악한 사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민변도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한국이 투자협정과 자유무역협정에서 국제중재 회부를 사전적으로 포괄적으로 동의해준 결과로 한국 정부의 주요 공공정책이 모두 ISD이 표적이 될 것"이라며 "한미 FTA 비준 당시 약속했던 국제중재회부제 재협상을 즉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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