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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떴다방만 웃게 한 청약제도 개편
분양 호황에 건설사 실적 개선…"실수요자 진입은 더 어려워져"
2015-12-15 18:30:00 2015-12-15 18:30:00
[뉴스토마토 김용현 기자] "실수요자 우선공급의 원칙을 최대한 견지하면서, 청약제도의 간소화 및 규제개선을 통해 국민불편을 완화하고 지역별 수급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2월 정부가 1순위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유주택자 감점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청약제도 개편'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하지만 이같은 청약제도 개편이 실수요자가 아닌 건설업체와 떴다방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호기(好期) 맞은 분양시장…물량도 경쟁률도 '최고'
 
올해 분양시장은 말 그대로 '역대급' 흥행을 이어갔다. 분양 물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청약경쟁률 역시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졌다.
 
1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분양물량은 51만여가구(예정물량 포함)로 지난해 공급물량(33만가구)와 비교해 50% 넘게 늘었다. 이는 이 업체가 지난 2000년 이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청약경쟁률 역시 고공행진이 이어졌다. 지난 11월 기준 전국 분양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1.5대 1로, 지난 2013년 2.9대 1, 지난해 7.4대 1을 훨씬 뛰어넘었다.
 
남상우 부동산114 연구원은 "올해 분양시장은 청약제도 개편에 따른 1순위자 증가와 절차 간소화에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및 저금리 기조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호조세를 보인 한 해였다"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과 좋아진 사업환경에 건설사들도 적극적으로 분양에 나서면서 분양물량이 급증하고, 청약경쟁률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분양시장 호황에 건설업체 실적 개선…'떴다방'도 전성시대
 
이처럼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가장 큰 이득을 얻은 곳은 무엇보다 국내 건설업체다. 저유가로 인한 해외 수주 감소 등 악재가 이어졌지만 국내 분양시장 호황에 힘입어 주택부문에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증가한 13조4700억원을 기록했다. 영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3.1%와 1.9% 늘었다.
 
또, 대우건설(047040)은 3분기까지 누적 수주액 11조38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1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이 가운데 국내 주택·건축 분야만 2조6000억원을 넘겼다.
 
대림산업(000210) 역시 3분기까지 9조4700억원의 누적 수주액을 기록한 가운데 주택 등 국내 수주만 7조8500억원에 달했고, GS건설(006360)도 올해 누적 매출 7조59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주택·건축부문이 30% 넘는 신장세를 보였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시장 수주 감소로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국내 주택 공급 확대로 실적이 개선된 부분이 크다"며 "분양시장 호황에 따라 수익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돼 장기 보유했던 부지 처분까지 이뤄져 향후 경영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던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들도 분양시장 호황에 콧노래를 불렀다.
 
분양가보다 웃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에는 어김없이 떴다방이 등장했고, 이들은 청약가점이 높거나 당첨확률이 높은 특별공급 청약통장을 사들였다. 그리고 수천만원의 웃돈을 붙여 다시 수요자들에게 판매하며 차익을 챙겼다.
 
수도권 분양 아파트의 경우 6개월 또는 1년간 분양권을 사고 파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지만 불법으로 전매를 통해 이득을 남기거나 불법 거래를 종용하며 수수료를 챙겼다.
 
경기 광명시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광명역세권 주상복합 단지들의 경우 마지막 물량이 공급되면서 크게 웃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분양시장이 언제 식을지 모르는 만큼 우리도 한철 장사를 하고 있어 불법인지 알면서도 청약통장 매매나 중개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분양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맞으면서 이동 중개업소인 '떴다방'이 견본주택마다 기승을 부렸다. 사진/김용현 기자
 
 
◆실수요자의 새아파트 당첨은 더 어려워져
 
밀어내기식 공급과 불법 매매·중개로 건설업체와 중개업소들은 큰 돈을 챙기고 있지만 정작 정부가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던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분양가가 오르고, 경쟁률은 더 높아지는데 경쟁자는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최근 1년간 전국에서 분양된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882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13% 상승했다. 특히, 대구와 부산 등 6대 광역시는 7.31%나 급등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새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탄2신도시 등 같은 지역 내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분양가가 높아지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분양가 인상과 높은 경쟁률로 인해 청약에 당첨되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약접수에서 당첨에 실패해 뒤늦게 분양권이나 입주권 등을 매수하는 수요자들은 자칫 가격이 하락할 경우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장 팀장은 "위례신도시나 미사강변도시 등에서 분양권에 붙었던 웃돈이 다시 빠지는 지역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계약 이후에 가격이 떨어질 경우 그 손해는 매수자의 몫이 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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