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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최순실 모른다"…모든 의혹에 '모르쇠' 일관
청문위원들 질문에 부인만 되풀이…청와대 간호장교도 "얼굴 시술 안했다" 대답
2016-12-22 17:14:14 2016-12-22 17:14:14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22일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자신의 모든 의혹과 혐의들에 대해 “모른다”,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적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이하 국조특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5차 청문회를 개최했다.
 
국조특위는 그간 청문회에 불출석한 핵심증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증인 18명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우 전 수석과 조여옥 전 대통령경호실 간호장교 등 단 2명만 모습을 드러냈다.
 
여야 의원들의 질문공세는 우 전 수석에게 집중됐다. 의원들은 그간 검찰수사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각종 의혹들을 거론하며 압박했지만, 우 전 수석은 큰 표정 변화 없이 부인하는 대답을 이어갔고, 종종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역습에 나서기도 했다.
 
검사장 승진에 연이어 실패한 그를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 지명해 민정수석실에 근무토록 한 배경에는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최순실씨의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최순실씨를 아느냐”는 질문에도 “현재도 (개인적으로) 모른다. 언론을 통해 봤다”고 답했다. “그럼 전부 근거 없는 의혹이냐“는 추궁에 “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최순실 최측근) 차은택의 법조 조력자가 김기동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이고 이를 우 전 수석이 소개시켜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우 전 수석은 지난 달 6일 검찰 출석 당시 현장 취재기자를 고압적인 자세로 노려본 ‘레이저’ 논란에 대해선 “여기자 분이 갑자기 제 가슴 쪽으로 들어와 굉장히 크게 질문해 놀라서 내려다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조사도중 한 언론사에 의해 포착된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의 경우 “그날 제가 오한이 나는 등 몸이 굉장히 안 좋았다”며 “추워서 일어나 파카를 입었고 팔짱을 꼈다. 그때는 분명 쉬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간 청문회 증인 출석을 피하려고 도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역시 “10월 말 민정수석을 그만뒀는데, 기자들이 계속 찾아와 집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죄가 없는데 왜 도망갔나. 국민들이 현상금을 건 것은 알고 있나”라고 꼬집었지만, 우 전 수석은 “도망간 것은 아니고, 현상금에도 큰 신경 안썼다”고 말했다.
 
대통령 친인척 등 측근 부정부패를 감시·감독해야 하는 민정수석이 직무유기 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저는 민정수석의 역할을 했다”며 “미리 알고 막았으면 좋았을 것인데 막지 못해서 아쉽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
 
그 외에도 세월호 참사 수사방해 의혹, 군내 사조직 ‘알자회’ 인사개입 의혹, 청와대 국정농단 관련 증거 은폐 의혹 등에 대해서도 “모른다”, “민정수석실에서 한 일이 아니다”라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우 전 수석의 ‘뻣뻣한’ 답변 태도에 국조특위 김성태 위원장마저 “답변 태도가 불량하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위원장께서 그렇게 보셨다면 송구한데 이 자리는 진실을 규명하는 자리라 저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러한 모르쇠 답변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간호장교였던 조여옥 대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 대위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대통령이 필러나 리프트 시술한 게 있느냐”, “얼굴이나 목에 주사를 놓은 적 있나”, “프로포폴을 본적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라고 부인했다.
 
또 '비선 진료' 의혹의 중심에 있는 성형외과 의사 김영재씨, 김상만 전 자문의에 대해서도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의 불면 증세 여부와 수면제를 준 여부에 대해서는 “개인적 의료 정보라서 말하기 어렵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편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우 전 수석에게 “2009년 4월30일 기억하느냐”며 ‘노무현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그저 뇌물수수 혐의자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오’라는 글귀를 읽어달라고 요구했다.
 
우 전 수석은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고 글을 다 읽은 후, 손 의원의 질문이 이어지기도 전에 “저는 저런말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 글귀는 우 전 수석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했던 발언으로 알려져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한 후 마이크를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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