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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시대 전환 읽는 자, 자동차 시장 장악한다
‘누가 미래의 자동차를 지배할 것인가’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지음|김세나 옮김|미래의창 펴냄
미래 뒤바꿀 전기차·자율주행·카셰어링…제품에 ‘감성’ 녹일 때 시장 선점
2017-03-23 08:00:00 2017-03-23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2030년 봄, ‘빠른 네 곳(Fast 4·F4)’이라 불리는 도시들이 전 세계 모빌리티 산업의 심장이 됐다.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충칭 그리고 미국의 실리콘밸리다. 10년 전부터 F4에서는 디젤이나 가솔린 차 대신 전기자동차나 자율주행차 중심의 생산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성장한 애플과 테슬라, 중국의 디디추싱은 과거 자동차 수출 최강국 이던 독일과 일본의 업체들을 밀어내고 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눈을 감고 50년 전 중국을 생각해본다. 손수레가 잔뜩 실린 중국인들의 삼륜 모페드 옆으로 세련된 신형 메르세데스와 BMW가 지나가던 때를. 이제는 반대로 독일이 ‘손수레의 나라’가 됐다.
 
독일 최고의 자동차전문가 페르디난트 두덴회퍼가 신간 ‘누가 미래의 자동차를 지배할 것인가’에서 그린 가상의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 상 승자는 미국과 중국이지만 두덴회퍼는 그 주체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시장의 판도를 빠르게 읽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두덴회퍼는 이 능력이 결국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권 국가와 몰락 국가를 명확히 가를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부터 제대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에서 국민소득이 서유럽 수준까지 향상되는 30년 뒤엔 연간 5000만대 이상의 신차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머징 마켓 역시 연간 2억9000만대의 신차 판매가 예상된다. 이를 계산하면 세계 자동차 시장은 지금보다 4배 정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혜택을 모든 자동차 업체가 고루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커질 시장의 다양한 니즈를 읽고 4차 산업 혁명에 요구되는 기술을 습득한 기업 만이 살아남는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과거와 달라진 자동차 개념의 새로운 정의로 설명한다. “자동차는 이제 단순히 ‘네 바퀴 달린 고립된 이동수단’이 아니다. ‘네트워킹 된 모빌리티 세상’의 일부로 봐야 한다."
 
두덴회퍼에 따르면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편승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과 일본이다. 폴크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 승용차의 전 세계 수요는 줄고 있지만 독일은 여전히 디젤 차량을 고집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적 문제로 전기 자동차의 생산은 미미한 실정이다. 일본은 도요타의 리콜 사태, 미쓰비시와 스즈키의 연비조작 등으로 드러난 폐쇄적 기업 문화, 카셰어링에 대한 경시 등이 향후 성장을 발목 잡는 요인이다. 저자는 “이러한 일본 기업들의 경직된 조직문화는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이 요구되는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미쓰비시와 스즈키는 새로운 자동차 시대의 패자 집단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반대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과 미국이다. 두 국가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카셰어링 세 분야의 투자를 적극 장려하면서 기존 시장의 가치 사슬을 허무는 ‘파괴적 혁신’을 꾀하고 있다.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전기차 구입시 최대 1만 달러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중국의 대도시나 내연기관 신차의 금지 움직임을 보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례가 언급된다.
 
저자는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해 가는 두 국가의 기업들에도 주목한다. 중국 국영기업이나 재벌의 투자로 성장해가는 넥스트EV와 러시, 아티바 등 전기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열어 젖힐 유망주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은 자체 플랫폼을 열어 전기 자율주행 차의 거래가 오가는 통로 역할을 하고 디디추싱이나 우버 등은 무인자동차와 차량 공유앱 서비스를 결합시킨 상품들을 내놓을 것을 점친다.
 
그 중에서도 저자가 가장 눈 여겨 보는 기업은 테슬라다. 제품에 ‘감성’을 녹여내는 이 기업의 강점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더 큰 빛을 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저자는 “앞으로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쁨, 스마트한 운전자 체험, 영리한 역동성 등이 미래 자동차 운전자 감성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미래 자동차 업체들은 테슬라처럼 운전자에게 ‘느낌’을 줄 수 있을 때만 구매자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책의 말미에는 중국, 미국이 아닌 독일이 2030년 모빌리티 시장의 주역으로 자리잡는 정반대의 가상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내연기관 의존에서 벗어나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공유경제 세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위기를 타개해 간다는 이야기다. 비록 독일의 성공 사례로 끝을 맺지만 이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전통 차량업체들에 고하는 미래 성공 방정식이기도 하다.
 
그는 “IT기업 등 새로운 경쟁 업체에 ‘깔려 죽지’ 않으려면 오늘날 자동차업체들은 낡은 모델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며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 노키아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미래를 망쳐버린 교훈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한다.
 
'누가 미래의 자동차를 지배할 것인가', 사진제공=미래의창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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