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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롯데그룹, 사드 대응팀 갖춰…피해 계열사 모았다
4월초 마트·면세점 등 직원 차출…"아직 현지상황 파악 단계"
2017-04-11 15:44:38 2017-04-11 15:44:38
[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롯데그룹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롯데그룹과 각 계열사 등에 따르면 롯데는 4월 초부터 경영혁신실 차원에서 사드 대책 TF를 만들어 운영하며 중국 현지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이렇다할 대책이 없다가 현지 피해가 큰 계열사 위주로 중국 현지 상황을 제대로 알고 파악하지 못한 차원이 있다"며 "회사는 막대한 피해가 가지만 그동안 회사차원에서 피해 현황을 총망라 하지도 못한 실정에 대한 대책마련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지난 2월28일 성주골프장을 사드부지로 제공한지 약 한달여만에 본격 대응에 나선 것이다.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조치가 장기화될 국면을 보이면서 각 계열사의 개별적 대응을 넘어 그룹 차원의 전사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롯데는 신동빈 그룹 회장 등이 최근 경영 비리 혐의 재판과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에 따라 무방비 상태로 위기를 넘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룹의 실무급 임원이 TF를 총괄하고 있으며 롯데마트와 롯데면세점, 롯데칠성 등 계열사에서 실무 직원을 한명씩 파견한 상태다. 홍보, 해외판촉, 해외사업팀 소속의 직원들로 면세점에서는 특별히 중국통으로 꼽히는 직원이 TF에 차출됐다.
 
올 초 그룹의 조직개편 과정에서 정책본부를 경영혁신실로 축소하며 일손이 부족해지자 각 계열사의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에서 중국 관련 대응을 검토하는데 기존 인력이 부족하니 계열사에서 중국어가 되는 인력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공식 인사를 내리지는 않은 상황으로 TF 인력은 본 업무도 겸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의 피해를 줄이자는 최소한의 활동이 중국에 알려질 경우 예상치 못한 정치적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TF는 현재 중국 현지 동향 파악과 네트워킹 확보에 주력하며 내부용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 등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다른 관계자는 "(사드 문제에 대한) 답도 없어 회의를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지금은 스터디를 해나가는 단계로 어떤 업무가 내려오거나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검찰 조사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사드 관련 문제는 5월 대선 이후의 변화를 바라보며 중기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에 따른 롯데의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중국 매장 99곳의 90%에 육박하는 87곳이 문을 닫았다. 중국 정부의 영업정지 처분으로 강제 휴점한 곳이 74곳, 반롯데 시위 등으로 영업이 어려워져 자율 휴점한 곳이 13곳이다.
 
롯데면세점도 지난달 15일 이후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지난 1월과 2월 23%와 30%씩 증가했던 중국인 매출은 3월에는 18% 곤두박질쳤다. 특히 3월 마지막주(3월26일~4월1일)에는 중국인 매출이 40% 급감했다.
 
중국 당국의 영업정지 처분으로 문을 닫은 중국 베이징의 한 롯데마트에는 정적이 감돌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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