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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이야기)봄도다리 주인공은 이제 '문치가자미'
2017-04-28 06:00:00 2017-04-28 06:00:00
윤상철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따뜻한 봄 햇살 아래 입맛 돋우는 도다리 쑥국은 향긋한 쑥 내음과 하얀 살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면서 역시 명품음식임을 실감한다. 그런데 여기에 들어간 도다리는 진짜 도다리가 아닌 '문치가자미' 이다.
 
문치가자미는 우리나라 전 연안, 일본 북해도, 발해, 동중국해에 서식하고 몸 체색은 눈이 있는 쪽은 갈색 또는 황갈색 바탕에 크고 작은 부정형의 어두운 반점이 많이 있으며, 눈이 없는 배쪽은 흰색이다. 그러나 체색만으로 문치가자미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서식 환경에 따라 자신의 몸 색을 바꿔가면서 적으로부터 은폐시키는 변신의 귀재로, 모래바닥, 갯벌, 암반 지역 등에 따라 체색이 각기 다르다는 사실이 영상이나 문헌을 통해 이미 밝혀져 있다.
 
흔히 광어라 불리는 넙치와 도다리로 알려진 가자미류를 구분하는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좌광우도)라고 하는데, 이 또한 눈을 보는 방법이 달라 혼돈되기도 한다. 배를 아래로 향해 바닥에 놓았을 때, 눈이 보이는 방향이 왼쪽이면 넙치(광어), 오른쪽이면 가자미류로 보면 된다.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서식하는 가자미류의 종류는 25종으로 알려져 있다. 가자미류의 우리나라 연근해 어획량은 2014∼2016년(3년간) 평균 약 1만7000톤에 달하고, 어업별로는 연근해자망에서 45%, 저인망 34%, 기타어업에서 20%가 어획된다. 다양한 가자미 종류만큼이나 약 30개 업종에서 다양하게 어획되고 있다.
 
그러나 가자미류의 생김새가 매우 유사하여 조업 현장에서는 몇몇의 가자미류를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조업을 해온 어업인들마저도 가자미류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사람은 드물다. 또한, 2015년부터 어획량이 분리집계 되기 시작한 기름가자미를 제외하고는 각각의 가자미류가 우리나라 바다에서 얼마만큼 어획이 되고 있는지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어 종류별 가자미의 지속적인 이용을 위해서는 가자미류를 구분해 어획량을 제대로 파악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문치가자미라는 정식명칭보다는 도다리, 돈지, 참가자미 등과 같은 방언으로 주로 불리고 있는데, 문제는 도다리, 참가자미라는 어종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수산자원 관리를 위해서는 문치가자미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가자미에 대한 정확한 표준 명칭 부르기 운동도 펼쳐 나가야 할 것 같다.
 
문치가자미의 산란기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로 빠른 것은 2년, 보통은 3년이 지나면 체장 20cm 정도가 되어 대부분 성숙하여 산란이 가능하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산란시기의 문치가자미를 보호하기 위하여 금어기를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 지정하고, 15cm 이하의 어린 문치가자미는 연중 어획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도다리 쑥국의 주인공 '문치가자미'
 
문치가자미는 흰살생선으로 맛이 담백하고 저지방 고단백으로 살이 연하고 부드러우며, 비타민 B가 많아 뇌질환 예방과 염증 예방에 좋다고 한다. 회, 초밥, 매운탕, 구이, 튀김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되는데, 특히 횟감의 경우는 살집이 많은 넙치처럼 하얀 살만으로 발라내지 않고 뼈째 썰어서 '세꼬시'로 즐기게 되는데, 부드러운 뼈의 식감과 함께 고소함이 배가 되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어린 크기를 잡아서 먹는다는 견해가 있어 자원보호를 위해서는 다소 부담스럽긴 하다.
 
알을 품어야 맛있다는 일반적인 어류들에 비해 산란이 끝나 맛이 없어 횟감이 아닌 도다리쑥국으로 끓여 먹는 거라고 말하는 이도 더러 있지만, 산란이후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활발히 먹이활동을 하며 홀쭉해진 배를 채워 다시 살이 차오르는 시기의 문치가자미 맛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도다리 쑥국의 주인공이 예전에는 도다리였겠지만, 지금은 문치가자미가 주인이 되고, 향긋한 쑥 내음과 함께 특별한 양념 없이도 봄철 최고의 음식으로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으니, 도다리 이름 뒤에 있다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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