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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사회행복 추구 기업에 투자하면 성공한다"
착한 기업에 투자하라|아라이 가즈히로 지음|신혜은 옮김|이콘 펴냄
투자자·기업·사회 전체의 풍요로움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2017-09-27 18:00:00 2017-09-28 10:13:58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일반 금융기관은 흔히 ‘맑은 날에는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오기 시작하면 우산을 회수해 간다’는 말을 듣습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구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을 때 자금 회수에 들어가는 기업도 있습니다. 비가 '쏴'하고 내리는 시기는 정말로 힘든 시기인데 (사회에 기여하는 착한) 기업들은 우산이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오늘날 금융 세계의 법칙을 날씨에 빗대 설명한 일본 가마쿠라투자신탁 창립 멤버 아라이 가즈히로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도 금융 세계의 방정식은 돈과 숫자, 과학에 의해서만 돌아가고 있다. 때문에 운용의 혜택은 수익과 신용이 높은, ‘맑은 날’을 유지하는 일부 기업들에게만 주어진다. 사회적 기여도가 높거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더라도 현 실적이 저조한, ‘비오는 상황’이면 투자 리스트에서 배제된다. 자본의 논리에 비춰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금융기관과 기업, 투자자, 그리고 사회 전체를 위한 최선의 길일까. 수익에만 골몰하기보단 기업의 철학과 진심, 성장 잠재력을 바로 보고 투자를 한다면 어떨까. 가즈히로는 신간 ‘착한 기업에 투자하라’에서 전통적 금융기관의 흐름과 반대로 간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한다.
 
가즈히로 역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쇼크 전까지는 ‘투자는 과학’이란 믿음의 신봉자였다. 2000년 글로벌 투자운용사 바클레이즈글로벌인베스터즈(BGI)에서 정확한 수학적 계산에 의해 자산을 불린 경험 때문이었다. 외국인, 지분 비율 등에 따라 주가 상승폭을 예측했던 그의 활동은 고객의 소득 증가로 이어졌고, 그는 이런 알고리즘이 많은 사람을 금융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시켜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리먼 쇼크는 이후 그의 생각을 완전히 뒤 흔들었다. 당시 그와 글로벌 기관들이 신봉했던 과학적 모델은 일정 계산식에 기반을 뒀기에 수많은 회사들이 모방할 수 있었다. 때문에 연쇄 부도에도 취약한 구조를 띄고 있었다. 이 같은 거래 방식은 결국 당시 리먼의 부도로 촉발된 세계 금융 위기의 촉매제가 된다. 가즈히로는 이를 계기로 ‘금융’의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BGI에서 나와 2008년 11월 벤처 운용사 ‘가마쿠라투신’을 설립한다.
 
따라서 가마쿠라투신은 설립 초기부터 기존 글로벌 투자사들과는 운용철학을 달리했다. 과학이나 숫자에 의해 투자하기보다는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가 내세우는 ‘철학’이나 ‘진심’에 무게 중심을 뒀다. 그런 철학이나 진심이 사회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달성한다 생각되면 ‘착한 기업’으로 분류하고 과감히 투자를 했다.
 
책에는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 경영으로 48년 동안 계속해서 매출과 이익을 늘려온 ‘이나공식품공업’, 발행주식 총수의 약 70%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를 ‘팬(fan)’과 같은 존재로 대하며 신뢰관계를 구축해가는 토마토 가공식품 최대기업 ‘가고메’, 직원의 16%를 장애인으로 뽑고 회수한 쟁반을 재활용해서 에코트레이 상품으로 판매하는 일을 하는 ‘에후피코’ 등에 투자해 성공한 사례들이 열거된다.
 
“임업의 부활, 장애인 고용 등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지금 당장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영역’에 포진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현재 수익이 낮다는 이유 만으로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이는 결국 사회 전체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익을 낼 때까지, 강한 인내심으로 지지해줘야 하는 것이죠.”
 
가마쿠라투신은 투자자와 기업들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도 자처한다. 1년에 한 번 ‘수익자총회’를 개최하고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을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한다. 참여자들 간에는 서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신뢰가 쌓이며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 이 같은 방식으로 가마쿠라는 운용을 개시한 지 4년 만에 일본 국내 투자신탁 주식부문에서 1위에 오르는 성과를 얻게 됐다.
 
저자는 “사회성을 추구하면 오히려 고객의 신뢰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득을 늘릴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사회성과 경제성은 보통 음의 상관관계에 있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가마쿠라의 결과는 이에 대한 반증이다”고 말한다.
 
가마쿠라투신이 말하는 수익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자산(돈)의 형성, 사회의 형성, 마음의 형성이다. 이 3가지 종류의 수익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곱해서 생긴다. 따라서 어느 하나라도 0이 되면 최종적으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투자자와 기업, 사회 전체가 풍요로워지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투자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것만으로는 앞으로 금융이 제 역할을 다한다고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왜 이 회사가 ‘착한 회사’인지 계속해서 설명하고 그것이 사회 전체의 행복을 늘릴 수 있는 방향이 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선량한 관리인으로서의 향후 금융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착한 기업에 투자하라'. 사진/이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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