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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식용 논쟁' 전에 '고통총량' 먼저 줄여야
2017-12-04 06:00:00 2017-12-04 06:00:00
가끔씩 자연재해나 동물 유행병이 크게 발생할 때마다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홍수 때문에 양식장의 용존산소가 부족해 넙치가 입을 뻐끔거리면, 어민들은 말하곤 한다. "자식 같은 넙치가 죽어간다." 구제역이 돌아 소·돼지를 살처분해야 할 때도 주인들은 자식 같은 가축을 보내기 싫어 울음을 터뜨린다.
 
굳이 하나하나 따지면 모순투성이다. 왜 애초에 팔아넘길 목적으로 자식을 키우는가, 정말로 자식이라고 생각하긴 할까. 그렇다고 그들의 '자식' 타령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없다시피 하다.
 
반면, '반려동물' 개념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따지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개와 고양이를 가족으로 여기고 키운다면서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반려동물 주인, 개와 고양이의 식용을 금지하자면서 다른 가축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동물보호단체 등에 비판과 비난이 가해진다.
 
왜 물고기·소·돼지·가금류 자식 타령에는 사람들이 별 신경을 안 쓰는데, 개·고양이 가족 타령에는 하나하나 신경을 쓰는 사람이 생기는가? 명확한 이유가 밝혀진 적은 없지만, 두 가지 타령에서 차이나는 부분은 간섭의 유무다. 넙치를 키우는 어민은 넙치를 먹게끔 권장하는 쪽에 가깝지만, 개·고양이 주인과 동물단체는 개고기 먹을 자유를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도 지난 2일 동물단체들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까지 개 식용을 금지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들은 애견인구가 많아졌고, 개·고양이는 인간과 특수 관계이며, 과도한 육식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정도로 식용 금지 이유를 들고 있어 설득력이 약하다. 하지만 식용 금지 이슈는 단순히 동물단체가 설득력을 보강하거나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결론지을 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논리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리학자인 피터 싱어 교수는 저서 ‘동물해방론’에서 사람을 동물보다 우월하게 취급하는 현실에 특별한 논리적인 이유가 없음을 논증한 바 있다. 그렇다고 동물을 100% 인간처럼 대우하자고 주장하기보다는, 동물 실험을 대폭 금지하고 축산 환경을 개선하는 등 고통을 줄이는 정책들을 제시했다.
 
어찌 보면 동물을 어떻게 취급할지는 논리보다는 사람들의 마음먹기 나름이다. 기왕 마음을 먹으려면 동물 고통의 총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한다. 식용을 금지하기 어려우면 식용 양성화로 도축 과정 등을 개선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어느 방향이 됐든 자잘한 논리를 따지기보다는 동물 고통에 공감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신태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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