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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시장 격변하는데…규제 발묶인 국내 기업 '속수무책'
합산규제 논의 9개월째 '도돌이표'…해외 '콘텐츠 공룡' 잇단 탄생 속 국회만 바라봐야 할 판
2019-03-21 17:03:54 2019-03-21 17:03:54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유료방송시장 내 업체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시장의 향배를 가를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는 9개월가량 도돌이표 움직임이다. 법안 심사 키를 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정치적 논리로 법안심사소위를 차일 파일 미루는 까닭에 정작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국회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당초 과방위는 오는 22일 법안소위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간사 간 쟁접법안 처리에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이 결렬됐고 결국 법안소위가 취소됐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특정 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 시장의 3분의1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2015년부터 3년간 시행되다 지난해 6월 일몰됐다. 도입 당시 인터넷(IP)TV와 위성방송 결합상품으로 유료방송 시장을 휩쓸던 KT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을 견제하기 위해 시행됐다. 규제 일몰 후 6개월만인 지난 1월 법안소위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1월 법안소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2월로 결정이 연기됐다. 이후 2월 예정이었던 법안소위가 3월로 미뤄졌지만 그마저도 취소됐다. 
 
1월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참석 의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관련 사업자들 사이 불확실성만 가중되고 있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유료방송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지만 구시대적 점유율 규제가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유튜브 등 거대 해외 콘텐츠 기업과 맞서야 하는 경쟁 상황에 놓여 있어 가입자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필요성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파워를 가진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습 등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격변하고 있는데, 국회에서는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만 지속하다 보니 사업방향을 설정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규제를 논의할 에너지를 사업 역량 강화에 쓰고 싶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유료방송 패러다임 급변에도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실제 미국은 통신사 AT&T가 콘텐츠 기업 타임워너 등을 인수했다. 디즈니의 21세기폭스 인수합병(M&A) 작업 마무리로 콘텐츠 공룡도 탄생했다. 해외 트렌드 변화는 규제완화가 절실한 또 하나의 이유다. 다른 관계자는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이 필요한 상황에서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기조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경쟁을 강화하자는 건데, 실상은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과방위 파행으로 다음 달 4일로 예정됐던 KT 화재 청문회 개최 여부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건처리 및 법안 심사조차 제대로 못하는 식물 상임위원회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21일 여야는 이번 파행에 대해 성명서를 내며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간사가 지난 20일 KT 청문회를 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며, 21~22일 예정됐던 법안소위를 한국당의 뜻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당 과방위원들은 "어제 간사협의 과정에서 민주당 김성수 간사가 기존 합의됐던 합산규제 법안 소위를 KT화재 청문회 이후로 미루자는 요청을 했고, 그 제안을 거절하자 갑자기 일방적으로 비쟁점 법안으로 가장한 민주당 중점 법안들을 함께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안소위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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