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의 사전투표 과정에서 관리 부실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20대 대선에서 압도적인 투표율로 이기는 후보가 나오지 않는 이상, 부실 관리에 따른 추가 고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불신과 선거 불복 이슈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직무유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노 위원장을 비롯해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직무유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세련의 이종배 대표는 “유권자가 투표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한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유권자가 행사한 투표지를 입구가 훤히 열려 있는 종이박스, 쓰레기봉투 등에 담아 허술하게 이리저리 이동시킨 것은 후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경악스러운 선거부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처벌에 앞서 노 위원장과 김 사무총장 등은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도 같은 날 노 위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지난 6일에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역시 노 위원장을 상대로 한 고발장을 대검에 제출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선관위가 대선 사전투표 전에 시행한 시뮬레이션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해 달라고 선관위에 청구했다.
선관위는 지난 5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20대 대선의 사전투표를 진행했다. 선관위는 확진자와 격리자의 투표지를 투표자 본인이 직접 투표함에 넣는 대신, 투표사무원 등 투표소 관계자가 표를 건네 받고 이를 임시투표함에 모은 뒤 투표함에 넣는 방식을 도입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는 직접선거·비밀선거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 67조 1항은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고 규정한다. 공직선거법 157조 4항은 ‘선거인은 기표 후 투표지를 접어 참관인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20대 대통령 선거의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 (독자 제공, 연합뉴스 사진)
확진자·격리자 투표 때 허술한 임시투표함을 사용한 것도 논란거리다. 선관위는 사인펜으로 ‘확진자용’이라고 적힌 종이박스를 임시투표함으로 쓰면서 박스 입구를 훤히 열어 두거나 플라스틱 바구니에 투표지를 취합했다. 선관위는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투표함을 하나만 둘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법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부실한 관리 체계에서 부정 투표용지가 섞여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논란이 확산되자 선관위는 7일 오전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9일 본투표 때는 확진자와 격리자가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게 하겠다고 결정했다. 또 아직 감염되지 않은 일반 유권자와 동선도 분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확진·격리자는 별도로 마련된 임시기표소가 아닌, 일반 유권자들이 이용하는 기표소에서 투표한다.
그럼에도 향후 부정선거나 선거 결과에 관해 불복하는 등 시비가 벌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본투표까지 마친 후 압도적인 득표율로 이기는 후보가 나오지 않는 이상, 확진자·격리자 투표분을 놓고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