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글로벌 빅테크 기업 보호무역 장벽의 방관자 한국
2024-05-22 06:00:00 2024-05-22 06:00:00
네이버와 라인 사건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단순한 화제를 넘어서 한국과 일본 양 국가 내 정치적, 외교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사건이 무엇이길래 문제가 이렇게 커진 것일까?
 
한국 기업인 네이버와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함께 보유한 라인야후는 위탁계약을 통해 네이버클라우드에게 개인정보 및 데이터에 대한 관리 및 보안을 맡겼다. 그런데 네이버클라우드가 해킹을 당하면서 고객 정보 51만 9,000건이 유출되었고, 이에 일본 정부(일본 총무성)가 전기통신사업법 제4조 1항에서 규정하는 통신비밀 노출 등을 문제 삼으면서 2024. 3월 5일과 2024년 4월 16일 두 차례에 걸쳐 행정지도(‘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 요구 행정지도)를 하였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한 행정지도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1차 행정지도 내용에는 단순히 네이버클라우드의 보안에 대한 사항을 넘어서 “라인야후의 모회사인 A홀딩스(네이버측과 소프트뱅크측이 각 50%씩의 지분을 보유함)를 포함한 전체적인 “사이버 시큐리티 거버넌스”의 본질적 재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2차 행정지도에는 자본적인 지배관계를 상당부분 받고 있는 관계에 대한 재검토를 포함해 그룹전체의 검토를 조속하게 실시, 검토결과를 2024년 7월 1까지 구체적으로 보고하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분 매각” 또는 “지분 정리”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사이버 시큐리티 거버넌스”, “자본적인 지배관계”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지분 구조에 대해 재고하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NTT서일본에서 약 9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 때 대표이사 퇴임 및 개인정보취급 철저 정도의 행정지도만 받았던 점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것이 사실이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서 라인야후 대표는 네이버 클라우드 위탁 종료 및 기술독립 추진을 발표했고, 네이버는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소프트뱅크 미야카와 준이치 CEO는 1주부터 전체 지분까지 매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한국 정부는 “네이버와는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다”며 “7월1일까지 일본 정부에 라인야후가 제출할 행정지도에 따른 조치 보고서에는 지분 매각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사건의 표면적 내용으로 일본 정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네이버가 한국 기업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행정지도를 했다고 단정 짓기는 더욱 어렵다. 다만, 위와 같은 일본 정부의 모습은 적어도 일본이 AI와 빅테크기업,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보호무역 장벽을 구축하는 과정의 일환이라는 볼 수 있다. 글로벌 AI 및 빅테크 기업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무섭게 독점적 서비스를 확대하고 이로 인해 일본 내 특정 산업의 주도권을 뺏기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경제시책의 일체적 조치에 따른 안전보장확보 추진에 관한 법률안“(경제안보법)을 시행하고 이를 근거로 2023년 11월 17일 ”기간 인프라 산업의 안정적인 공급확보에 관한 제도“를 시행했다. 라인야후 역시 위 경제안보법 및 기간인프라산업 제도에 근거하여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따른 행정지도를 받았다. 
 
일본은 위와 같은 경제안보법과 이에 근거한 제도를 시행하면서 자국 내 기간 인프라 산업 보호를 비롯 경제 안정보장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수립·집행했다. 이를 넘어 일본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는 ”스마트폰 경쟁촉진법안“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기업은 일본 내 매출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내야 한다. 위 법안은 일본 정부의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실질적 규제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AI 및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시도는 일본 외의 다른 선진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틱톡이 미국인 개인정보를 중국에 넘기면 사생활이 침해되고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이유로 틱톡 퇴출법을 시행했고, 중국은 생성형 AI 보안지침 등을 통해 해외 서비스 통제했다. 유럽은 AI법 및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등을 도입하여 미국 중심의 빅테크 기업이 지배적 위치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의 주요 국가가 위와 같이 AI 및 빅테크 기업에 대한 보호무역 장벽을 구축하고 자국 기업을 위한 노골적인 보호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두 손을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이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한국 AI 및 빅테크 기업은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각 나라의 보호무역 장벽 구축에 대비해 한국 기업들이 제한 없이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략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이유 없이 한국 기업들의 이익 및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제한 및 조치가 필요하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자국 기업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적절한 룰과 절차, 그리고 글로벌적 관점에서 전체의 편익이 커지는 방향으로 글로벌 산업과 기업이 발전되어야 한다. 다만, 위와 같은 관점과 기준은 유지하되 한국 정부는 주요 선진국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보호무역 장벽을 높게 쌓는 현재 상황을 단순히 구경꾼 또는 방관자 입장에서 바라만 보고 있지 말고 한국 기업이 나아갈 법적, 정책적 방향을 빠르게 제시하고 대응해야 한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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