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김정숙 특검법’ 발의가 탄력을 받은 것은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첫 단독 외교’라고 평가한 것이 발단이 되어 여당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김정숙 특검법’에 대해 김민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받는 대신 ‘3김(김건희, 김정숙, 김혜경) 여사 특검법’을 역제안하였다. 하지만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기 위한 물타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 부인은 사실상 공적으로 활동하지만 그 지위, 역할의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가 ‘대통령과 그 가족(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경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에도 제2부속실을 포함한 하부 조직과 담당 업무는 비서실장이 정한다고 돼 있을 뿐 구체적 내용은 없다.
미국은 대통령 부인의 사업과 예산, 보좌진 등을 법(영부인 지원 서비스 조항)으로 명시하고 있어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미국 연방법(USC) 제3편 제105조에는 “대통령의 의무와 책임을 수행하는 데 대통령의 배우자가 대통령을 지원하는 경우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지원 및 서비스가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도 부여된다. 대통령이 배우자가 없을 경우에는 이러한 보조 및 서비스는 대통령이 지정하는 가족에게 제공되어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정숙 여사의 해외순방과 의상비 논란도 법과 제도의 공백 때문에 초래된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당연히 법적으로 공인과 외교관이 아닌 대통령 부인의 활동에 ‘단독외교’라는 말을 쓰는 것은 모순이다. 한국정치의 치명적인 약점은 민주화의 핵심인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음에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배우자의 공적 활동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점이다. 이런 허술함이 부패비리로 연루되어 대통령을 위기에 빠뜨렸다.
현재 대통령 부인은 법적으로 그 지위나 역할, 권한 등이 명시돼 있지 않다. 이런 맹점으로 박근혜 정권 시절 제2부속실은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이 되었다.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선출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 부인의 역할은 단순한 내조활동을 넘어 공공외교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공직자’로 보고 대우하는 게 적절하다.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핵심 참모’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김정숙 여사,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향후 모든 대통령 부인의 비리의혹을 최소화하려면 차제에 관련 법규나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부인의 공직 역할이 확대된다면, 그에 따른 관리·감독도 따라오는 게 당연하다.
미국 대통령의 부인을 퍼스트레이디라 부른다. 우리도 ‘미국식 퍼스트 레이디법’과 ‘퍼스트 레이디실’처럼, 대통령의 의무와 책임을 보좌하거나 지원하는 경우, 대통령 부인의 공직 역할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법적 근거와 지원조직을 만들어 투명하게 관리하는 게 어떨까?
누가 집권하든 대통령 부인의 부패비리는 대통령을 위협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정치발전을 위해 ‘대통령 부인 죽이기’를 위한 정쟁을 멈추고, 가칭 한국식 퍼스트 레이디법(대통령 부인의 공직 역할에 대한 법적 근거와 지원조직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만드는데 초당적으로 나서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