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무료 배달로 인한 배달 플랫폼 간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수수료를 둘러싸고 정부·시민단체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배달 플랫폼 업계가 시름을 앓고 있습니다. 승자 없는 전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음에도 점유율 확보 경쟁을 놓을 수 없지만 고물가 주범으로 ‘배달 수수료’가 꼽히면서 여론마저 좋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에 ‘공공의 적’이 된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배달 오토바이 (사진=뉴스토마토)
23일 배달 플랫폼 업계는 배달 플랫폼이 최근 고물가 등 경기 불안정, 소상공인 부담 증가의 주범으로 꼽히는 데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배달의민족이 중개 수수료를 인상한 뒤 불어오는 후폭풍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인데요. 이날 시민단체와 소상공인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배민이 부당한 수수료를 매기는 등 불공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예고했습니다.
고조되는 비토 분위기 속 업계에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되는데요. 수수료율 인상이 업주에게 일정 부분 부담을 지울 수는 있지만 고물가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옵니다. 외식물가 상승과 업주 부담 증가의 원인으로 식자재 물가,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부담 등 기초 요인 증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취지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발간한 ‘2023년 2분기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메뉴 가격을 인상한 외식업주의 90.3%가 인상 요인으로 ‘식재료 비용 상승’을 꼽았습니다. ‘배달 수수료 부담’을 응답한 업주는 전체의 0.61%에 불과합니다. ‘식재료 비용 상승’ 외에는 ‘프랜차이즈 본사 지침(2.81%)’,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2.19%)’, ‘고용난으로 인한 업무인력 부족(1.4%)’ 등이 꼽혔습니다.
또한 업계는 배달 플랫폼 이용률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수수료가 업주들의 가장 큰 부담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지난 4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외식업체 비중은 28.7% 수준입니다. 배달 주문을 통한 매출액이 외식업체 총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4%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이희찬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지난 19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활용 시 배달원 직접 고용보다 월평균 142만원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정부는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플랫폼이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 외식업체를 착취한다는 일방적인 관점보다, 플랫폼이 외식업체에 제공하는 혜택과 상호 이익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고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공공의 적’이 된 배달 플랫폼 업계는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는데요. 수수료 억제를 위한 플랫폼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업주에게 가장 크게 부담을 주고 있는 요소에 대한 정부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상으로 수수료나 배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 정부가 나서서 플랫폼을 규제하면 수수료·배달료가 인하할 수는 있지만, 그게 과연 소상공인들의 부담과 물가를 낮추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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